이번이 진짜 마지막 최최종. jpg

오케이 시안을 받기 위한 주문

by 일출

편집디자이너로 회사에서 다년간 근무를 해왔다.

매일같이 디자인 시안컨펌을 받았고 야근을 했으며

또 오케이를 받고 나면 파일을 업체에 넘기고 나서

또 다른 시안컨펌을 받고의 반복이 일상이었다.


시안컨펌을 받으며 생긴 습관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디자인 파일 저장명을 처음시안부터 끝날 때까지

<최종> 자를 붙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디자인 시안 제목을 <최종>으로 시작해서

그다음은 <진짜 최종> 그다음은 <진짜 완전 최종>

그다음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 최종> 이런 식이었다.

디자인 수정이라는 것이 정말 희박하지만 한 번에 오케이가

날 때도 있었고 정말 자잘한 수정을 수십 번도 넘게 한 적도

많았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일하며 겪는 평범한 일상이겠다.


최종컨펌의 염원을 담아서 이름을 저장하는 것은 내게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였었다.


어떤 디자인 컨펌 담당자는 보내준 시안파일 이름을 보고

빵 터지기도 했었다. 업무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팍팍한 일상에서 개그가 필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나는 어떠한 것이든 별명이나 애칭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파일 저장명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평범한 물건이나 음식들, 가까운 사람에게 별명을

붙이는 순간 나와의 특별함이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모두 나만이 부르는 별명이 있었다.

파일저장명 역시 이름을 붙이면서 친근감을 느끼고 더욱 정성을

쏟게 되는 기분이다. 참 별 것에 다 의미 부여를 한다 싶기도

하지만 내게는 그랬다.


나에게는 오케이 컨펌을 받기 위한 주문 같은 것이

디자인 파일명이었다. 자, 다 됐어요. 인쇄 진행합시다.

라는 말을 기다리는 순간이다.


편집디자인은 직업으로 참 매력적인 일이.

다양한 인쇄물을 작업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클라이언트나 상사가 결과물에 만족할 때면 나 또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디자인을 만드는 것에 즐거움이

있었기에 꾸준히 이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일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자기 자신만의

습관이나 루틴이 있을 것이다. 그 루틴이 신에게

긍정으로 작용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힘든 일상에서 서로 작은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마도 이 주문을 계속 외우게 될 것 같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최최종. jpg


이루어진다고 믿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그 힘을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