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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Jul 24. 2023

그런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지 마세요

에드바르트 뭉크의 <술집에서>

그날 선술집에서

당신과 마주쳤을 때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당신이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도 잠시였지요


제 약혼식 날

당신이 고향을 떠났을 때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배를 탔다

외딴 수도원으로 향했다

남몰래 어디선가 삶을 마감했다 등등


제가 애태운 많은 밤들을 모르시지요


목숨을 부지하고

고향에 돌아와 줘서

백 번 천 번 고맙습니다만


제발

그런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지 마세요


사랑의 감정은 떠났다 하더라도

의심과 조소가 담긴  눈빛은

너무 낯설고


슬픔과 쓸쓸함의 냉기가

하염없이 가여워

어떻게

감당할 수 없습니다


사랑을 배신하고

부유한 남자를 택한

사람을 향한 증오라면

합당하지만


세상을 향한

마음일까 두렵습니다


자신행색을 좀 보세요


술집 주인은

무슨 부랑아가 들어온 것처럼

의심 어린 눈초리로

위에서 아래까지 훑고 있네요


뱃사람들에게 조롱당한

앨버트로스가

젖은 족제비 모습을 하시다니


신발은 해지고

단추도 채우지 않은

누더기 차림


가난하지만 고고했던

당신의 기백을 보여 주세요


예술가의 면류관은


황금을 주고도

여인의 사랑으로도

살 수 없는 보배입니다


그래요

그 시선이

안락함에 눈이 먼 바보에게

쏟아지는 건 맞습니다


부디

당신의 삶에게는

그 눈빛을 보내지 말아 주세요.


--

작가 노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에서 만난 뭉크의 이 작품도 평이해서 처음에는 뭉크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격한 상징이나 심리학적인 서사가 없어 보여서요. 그런데 자꾸 들여다볼수록 그분다운 어떤 메시지가 들려왔습니다. 부드러운 갈색의 하모니 속에서.

<In the Tavern> by Edvard Munch 1890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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