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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Aug 16. 2023

시모네타 베스푸치

보티첼리의 사랑

마르코에게 뜨거운 구애를 받았을 때

피렌체에 가면

설레는 신혼이 시작될 줄 알았다

    

명문 메디치가의 파티와

아르노 강변 베키오 다리에선

한 번만 눈이 마주쳐도

찬미를 보내는 남성들

     

도시에 미모의 소문 퍼져 갈 때

오히려

외로움은 시작되었네  

   

소 닭 보듯 하는 남편에

쌓여가는 결혼의 비밀  

    

줄리아노 데 메디치는

산타크로체 마상 창술시합의

승리 기념으로     

깃발에 아테나로 그려진 그녀를

미의 여신 (regina di bellezza )으로 공표했다고

     

사람들은 떠들썩 치켜세우지만

미스 피렌체라는 면류관은

피곤한 치장일 뿐


깊어가는 슬픔  

  

오직

메디치 가문(家門)이 보낸 화가의

캔버스 앞에서만 평온하다

    

그의 눈빛에 감추인

진지함은 무엇일까?  

   

말없는 대화의 시간   

   

남편과 권력자의 세력아래

의 사랑은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입니다

     

그 마음이 진실하다 한들

당신처럼 미약한 화가가

내게 뭘 할 수 있나요?   

  

모나 시모네타

오늘은 고귀한 깃털과 진주 꿰미로

머리를 장식하고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결투의

목걸이 부조를 걸쳐보세요

메디치 가문이 보낸

네로의 인장이랍니다

     

스케치를 겨우 시작했을 뿐인데

스물넷의 나이로

곧장 스러져버린 부인

     

창백한 얼굴이라도 보려

허다한 흠모의 인파

추모의 시(詩) 넘쳤으나   

화가는 그저 그림만 그렸다

  

죽음도 초월하는 사랑을 노래한다는

마른 가지 위 멧비둘기와

마음에 새겨진 얼굴을

   

시모네타도

그녀 곁에 묻힌 화가도

당대의 사람들도


그녀가 몇 세기 후

불멸의 여인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힘없던 예술가의

사랑의 터치로

    

베아트리체 버금가는

칭송을 받을 줄을


조가비 위에서

또 봄의 여신들 가운데

쓸쓸하고 아련히 미소 지을 때


우리는 시모네타가     

정말 바다에서 솟아오른

비너스라고 생각한다


---

 ** 작가 노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에서 그녀의 초상을 보았을 때 우리는 모두 "어? 비너스가 왜 여기에?" 하며 반가움 반 의아함 반으로 외쳤습니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비너스의 탄생>에서 솟아오르던 그녀인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기 때문이죠. 아니나 다를까 보티첼리가 그린 또 다른 그녀였습니다. 이번에는 신화에 빗대지 않고 현세 여인의 초상으로. (님프로 이상화하긴 했습니다만) 그러니 더더욱 이 여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는데. 24세에 요절한 빼어난 미인, 결혼한 상태에서 예술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것, 피렌체 배경 등이 단테의 베아트리체와 흡사했습니다.


** 보티첼리 그림 <봄: 프리마베라>에서의 주인공 비너스도 시모네타 베스푸치가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 미술관이 걸어놓은 그림의 제목 : 이상적인 여인의 초상, Idealized Portrait of a Lady, Weibliches Idealbildnis, Portait of Simonetta Vespucci as a Nymph    


** 시모네타 베스푸치의 이야기에서 여러 군데 노성두 박사님 강의록을 인용했습니다.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우피치 미술관, 1486                                        <이상적인 여인의 초상> 슈테델 미술관, 1480-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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