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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Jul 23. 2023

도망치는 비너스

오딜롱 르동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며

바람의 신은 어디로 사라지고

황금빛 망토는 어디에서 잃었


장미꽃 세례는커녕

조가비 왕좌도 없이

홀로 남은 주연


파도 속 거품과 풍랑

연한 옥색 물결만 겨우

바다에서 솟아난 흔적을 노래하네


하얀 면사포 두른

황톳빛 몸에

고개 숙인 얼굴


신비함은커녕

빈곤하고 쓸쓸하여라

   

탄생을 알리기보다

그 모든 것을 지우고 싶은 몸짓


미(美)의 전령은 부담스럽고

인간 세상은 마주하기 싫은 걸까


무엇이 두려워

해뜨기 전

눈에 띌세라


허둥지둥 어디론가

떠나는 걸까


---

작가 노트:  미술관에서 이 그림의 제목이 <비너스의 탄생>인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늘 ‘비너스의 탄생’하면 보티첼리의 그림 속 화려한 미녀가 생각나기 때문이죠. 작가의 의도를 가늠하며 제 나름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았고. 진실한 비너스, 우리 삶 속의 비너스를 그려내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딜롱 르동에 대해 알아보니 모네와 동시대에 태어나 말라르메와 마티스의 칭송을 받고 고독한 삶을 살았던 상징주의 화가입니다. 초기에는 단색의 어둡고 몽환적인 판화를 취급하였지만 후기에는 색을 사용해서 밝아지고 꽃과 소녀의 상징을 많이 그렸습니다. 신비하면서도 강렬한 색채의 꽃그림도 후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The Birth of Venus> (1900-1912) by Odilon Redon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큰 녹색꽃병에 있는 여러 가지 꽃들> 1910-1912,  종이에 파스텔, 보스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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