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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Oct 13. 2024

달을 따다 주는 것보다

『새로운 인생』을 읽고 (3)

그녀에 관해 여태껏 어느 여인에 관해서도 써진 적이 없는 바를 쓰는 것이 나의 희망이다.” *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떠나보내고 1주기를 지낸 후 이제 그녀에 대한 소네트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심하고 작정한 내용이다. 시작(詩作)을 더 공부하겠다는 다짐도 담겨있다. 그전까지는 그녀를 향한 사랑에 애타하고, 그 사랑을 그리워하는 여러 가지 시를 지었다.『새로운 인생』마지막 부분에 결론처럼 적혀있다. (『신곡』의 세 주제인 지옥, 연옥, 천국의 환상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함)

 자신과 베아트리체에 대한 이 약속은『신곡』의 탄생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이십 대 중반의 결심을 37세 때 실천에 옮겨 55세경 세상 떠나기 거의 직전에 마침으로서. 아무리 헤아려봐도 문학작품에서『신곡』의 베아트리체만큼의 위상을 지닌 여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달이라도 따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프랑스의 앙리 2세는 수려하기 그지없는 슈농소 성을 연인에게 하사했지만 상속받은 재산 중 일부였다. 무굴제국의 황제는 세상을 아내를 위하여 완벽한 타지마할을 지었는데 권력을 이용한 군중의 작품이다.

 본인이 직접 지어 낸 예술 작품이라야 헌정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약혼녀에게 로맨틱한 선율을 선사한 <사랑의 인사> 작곡가 엘가처럼. 영화 <노트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집을 짓는 가난한 청년처럼. (결국 일생일대의 부부애로 이어지는) 요즘은 PGA 선수가 연인과 트로피의 기쁨을 나누려고 땀을 흘린다.  

 시인 지망생 브런치 작가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뭐니 뭐니 해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이제껏 어느 여인에 관해서도 써진 것이 없는 것을 쓰는 것’이 으뜸 아닐까?

 사랑의 열매가 꼭 결혼으로 골인하여 자손을 번식하는 것만은 아닌듯하다. 이렇듯 대체불가한 어마어마한 과실을 맺힐 수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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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단테 알리기에리, 로세티. 박우수 옮김, 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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