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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Oct 30. 2024

새벽(오로라)

단테와 호메로스의 표현을 빌려

그녀를 처음 만난 그날의

벅차오르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우연히 루틴 쳇바퀴를 벗어나

낯선 곳에 이르렀던 때   

  

수평선까지 깊은 청아함에 휩싸인 하늘,

동쪽의 감미로운

사파이어 색채 사이로 *

생긋 웃던 그녀를 보았다.  

   

서쪽 하늘의 화려함 못지않은

경이로운 빛의

오색 치맛자락을

장밋빛 손가락**으로 은은히 펼치던 모습    

 

여러 차례

다시 만나려 했으나

내 몸의 비게이션은 그 길을 찾지 못했다.   

  

나와는 다르게

어렵지 않게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

 

어느 벗은 그녀와 함께 달렸고

이름난 작가는 글을 쓰다가,

가까운 친지는 기도 중에

어떤 근면한 이는

일터 가는 길에 마주쳤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힘이 나고 기쁨에 젖으니

그녀는 선함 가득한 천사일까?

    

그녀를 찾기 위한

2024 미션 임파서블 8

올빼미 작당에게 비밀이 새 버리다.

   

밤늦게 까지 억지로 붙들리고

뭔지 뭐를 약에 취해

간신히 깨어났다.

눈부신 햇살 비치는 침대에서

“앗. 지각이다!”   

 

불면증 두목과 밤새

실랑이하다

잠시 한숨 돌리던 때

뜻밖에도


동쪽을 온통 웃음 짓게 하는 샛별을 거느리고 *

머리를 곱게 땋은 이가 **

황금 옥좌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고고한 여왕 혹은 공주였을까?

그녀가 내게 미소 짓기 전에

얼른 몸을 숨겨야 했다.

    

한밤의 치열한 씨름으로

내 차림은 너덜너덜 넝마 조각이었으니   

  

하얗고도 불그레한 뺨이

주황빛으로 변해 갈 때까지 *

그저 몰래 바라보았다.

    

고귀한 그녀 앞에 서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날마다 헤아리며

그날을 맞는 꿈을 꾼다.


찬 공기 가르며 함께 달리고,

자판 두드리는 등 뒤에서

싱그런

그녀의 숨결 느끼는   


---

*『신곡』연옥 편 단테 알리기에리,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박상진 옮김, 민음사 2007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2015년 개정판, 도서출판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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