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8일의 이야기 (2023.08.15.)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마음이 또 한계치가 달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도 아니고 벌써 3월부터였으니 5개월이 사라졌다. 변화 없는 반복적인 하루하루가 지나갔었다. 열심히 이력서는 쓴다고 하는데 뭐 반응이 없다. 이쯤 되면 이력서를 넣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내 성격상 지금까지 쓴 곳들 리스트업 하고 수신확인 해서 달라고 하고 싶지만 선을 넘는 것 같아 말도 못 하고 있다.
사실, 부부사이고 어느 정도 지원을 했는지는 알아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또 알아서 한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떳떳하면 전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국민취업제도도 신청이 잘 된 건지 영 연락이 없어서 전화해 보라고 했는데 계속 안 받는단다. 내가 무서운 건 내가 전화해서 결과를 물어봤을 때 "신청 내역이 없다."는 말을 들을까 봐서 못하겠다.
서로 이번주는 각자 휴가를 보내고 왔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친구들과 보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내가 지방 일이 있어서 휴가를 내고 좀 더 있다가 집에 왔다. 인덕션은 기름때로 덕지덕지. 화장실은 난리난리. 안다. 거슬리는 사람이 치우는 거 알지만, 너무 하지 않나 싶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지만 왜 나만 치울까.
생필품이 비어있음 채우는 것도 나고. 그냥 오늘은 다 짜증이 난다. 오늘 잠깐 밖에 나갔을 때 전화했더니 남자 소리가 들려서 뭐 하고 있냐고 물으니 방송 보면서 이력서를 쓴다고 했다. 나가기 전에 20분만 잘 테니 깨워달라 그랬고 깨웠는데 내가 주방 청소하고 화장실 청소할 동안 거실에서 TV 보더니 잠들었다. 지금 잠이 오니? 이래놓고 밤에 잠 안 온다고 또 늦게 자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서로서로가 이 가정의 가장인데 이끌어가는 모습은 하나도 안 보이고 그냥.. 나는 바쁘게 살고 남이 안 바쁘게 산다고 뭐라 할 자격 없는 거 아는데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해 주겠지라며 하루하루 보내왔지만... 속상하다.
곧 내 생일이고 다음 달이면 결혼기념일인데 생각하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