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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아 Jan 10. 2024

하나를 놓을 용기가 없어.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일은 없었다. 나랑 안 맞는 사람은 어딜 가나 있었고, 가끔은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가끔은 나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또한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일도 없었다. 나와 잘 맞는 사람도 있었고, 때때로 나에게 다정한 사람도 있었고, 또 때때로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것은 무슨 삶의 법칙인 것마냥 정해져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지녀야 할 마음은 어쩌면 아주 명확하게 놓여 있는 것이었지만 난 언제나 아주 사소한 일들에 사로잡혀서 부풀려 생각하고 힘들어하는 일이 잦았다.


소외감이라는 것은 좁디좁은 마음 한 편에 깃든 하찮은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넓디넓은 따뜻함이 가득 들이친다고 하더라도 이겨낼 수 없는 것이었다. 온화한 세상을 덮고 있을지라도 마음의 눈길이 쓸데없이 나를 죽이는 것들에 사로잡혀서 제대로 향해 있지 않으면 그 세상은 찬바람이 부는 황폐한 빈 통일 뿐이었다.

두려움이 남긴 거리 위로 떠다니는 맹목적인 추구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외면하고, 미움받지 않기 위해 미워하고,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없기에 모두와 멀어졌다. 용서할 수 없었던 기억에서 용기 낼 수 없었던 기억으로 그려져갈 때, 끝내 내가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은 내 안에 꿋꿋하게 놓여있던 빈 통이 보잘것없이 덩그러니 버려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짜이지 못한 계절들이 떨궈버린 시절 속에 여전히 발을 담그고 물장구치며,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0명의 인원 중 9명이 나를 좋아하고 1명이 나를 미워한다면, 1명에게 마음이 쏠렸다.

없던 잘못을 만들어 사과를 하고 괜히 웃어 보이며, 부단히도 애썼다.

그땐 그 마음이 어떠한 결말을 불러올지 알지 못했다.

꼭 그 시간을 지나온 뒤에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지독한 결말을 맞이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나의 마음조차도 나를 떠나갔다고, 아마 다시 다듬어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전해왔다.


아주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인 걸까? 거만한 사람인 걸까? 아, 이기적인 사람인 건가.

아니, 나는 그냥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진정으로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많이 슬퍼하지는 않았다. 왜인지 이제는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아마 아무것도 남지 않고, 모든 것이 떠나갔다고 하여도. 힘들었던 시간들이 한심하고 미련한 모습으로 간직되지 않고, 안타깝고 안쓰러운 모습으로 머무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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