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날개에 잡아먹히기라도 한 듯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 날개는 분명 나를 잡고 뻗어나간 것임이 분명했는데 말이다.
그 날개는 나의 날개임이 확실했건만 어째서 이토록 내 것이 아닌 듯 흔들리고 있을까.
아직 다 펼쳐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부는 바람을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인지 웅크리고 있었다.
거센 바람 따위 별거 아닌 듯, 따사로운 햇살과 어우러지며 푸른 하늘 위를 훨훨 날아가는 그들이 보였다.
활짝 열린 세상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는 것은 그러한 것일 것만 같았다.
나 역시 옅어진 날갯짓 사이로 그 꿈을 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아닌,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 날아올랐다.
그것도 꽤 나쁘지 않은 세상이었다. 어딘가에 부딪힐 일도, 어떤 것에 추락할 일도 없었으니까.
그저 날아오르고 싶다면 날아오르고, 바람을 타고 싶다면 바람을 부둥켜앉은 채로 떠다니면 되었다.
어떤 세상의 힘겨움 속에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있을 것이었다.
그 절박함이 강인함으로 펼쳐져 날아가거나, 초라함에 묻혀 굳어지거나 일 테지만 비록 작아질 대로 작아져 결국 닫힌 세상에 머무르는 것일지라도, 끝내 열린 세상에는 닿지 못하고 끝나버릴지라도. 그 세상에 묻은 초라함을 굳이 닦아내지 않았다.
그 세상에 떠오르며 떠올린 마음들이 언젠가는 소멸될 것이고, 결국 오지 않을 것들이라 하여도. 여린 마음을 떠밀며 절벽 끝을 맴돌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그 절벽 끝에 마음을 묻고, 간혹 움직이는 절박함 속에 피어난 말들에 귀를 기울이며 단단해지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