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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도 급했던 걸까. 대체 왜 그리 애썼던 걸까.

by 십일아


겨울이 좋다던 네가 겨울이 옴과 동시에 슬픈 마음을 지녔다는 걸 알았다. 넌 벌써 보내줄 준비를 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무언가가 오고 감에 있어서 아무런 걱정도 없었으면 참 좋겠지만, 깊게 들어버린 정을 떼어버리기란 너무 힘든 마음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냥 잘 헤쳐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분명 너는 그 무엇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놓아줄 수 있도록, 떠나가는 것이 편히 맘 놓을 수 있도록 하려던 거겠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추위가 차츰 끝을 향해 갈 때면 기쁨도 잠시, 난 아무렇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리고 넌 줄곧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시 또 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인 것처럼 여전히 복잡한 눈동자였다. 귀가 아리도록 시리던 바람이 어느덧 기분 좋게 머리칼을 흩뜨리는 바람이 되었을 때, 네 한숨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분명 보이지 않는 것뿐일 테지만, 그냥 사라진 거라고 믿으려 했다.


우리는 매번 똑같은 사실 속에서 매번 새롭게 알게 된 것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익숙한 마지막에 대해, 설렘에 대해, 걱정에 대해, 이기심에 대해, 정에 대해, 사랑과 미움과 외로움과 기쁨에 대해...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았다. 그 무엇도 해소되지 않았다. 그저 고민 속에서 더 큰 고뇌를 이어갔다. 마침표를 찍지 않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끝없는 반복 속에서도 이 고뇌의 끝은 해방일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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