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 맞춘 듯한 삶을 살아가라 했다. 어딘가 맞지 않으면 도려내서라도 모양에 맞게 만들어내어 살아가라고 했다. 그 어떤 불편이 너를 힘들게 할진 모르나,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하며 나아가라고 했다. 그렇게 버텨내다 보면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모난 구석 없이 보일 너를 기대할 수 있다면, 그때야 비로소 잘 된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그러한 말을 전해왔다.
그래, 어차피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이미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왔으니. 웃음에 행복을 싣지 않고, 눈물에 이유를 묻지 않는 것이 전부라면, 미로처럼 알 수 없는 이 길을 과감하게 버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천히 쌓여오던, 나도 모르던 삶이 찾아왔다. 그 삶은 삶이라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삶이 아니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했다. 어디서부터 따라온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처럼 갑자기 생겨난 것일 수도 있었다.
강렬하던 마음이 얼마 안 가 차게 식어버렸다. 그 바닥에서 피어난 공허함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 공허함은 되려 엄청난 힘을 내뿜으며 온 마음을 다해 삶을 거부하고 있었다. 분명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억지로 끌고 가다가 튕겨나간 조각들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틀의 형체가 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