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온전한 것들이 있었다. 아무리 망가뜨리려고 해도 꿈쩍도 안 하는 그런 무시무시한 것들 말이다. 애초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다짐 같은 것은 오만한 것이 되어버리는 그런 것 말이다. 수도 없이 한 다짐이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잊히는 일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어둠에 묻힌 사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그뿐이었다.
주어지지 않은 것들을 바랐다. 허황된 꿈같을지라도 꿈을 꾸고 싶었다. 그건 마음껏 누려볼 수 있는 일이고, 언제든 다가설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왔다. 조용히 깨어나면 그곳은 여전히 내게 남겨진 이루지 못한 꿈과 같은 곳이었지만, 어둠에 무릎 꿇어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있지 않은 것에 마음을 쓰는 것은 멀어져 가는 것들이 그대로 다시 내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무모하고 쓰라린 것이었다.
그대로 우울을 퍼냈다. 아주 깊고 어두운 우울을 마음 가득 퍼냈다. 쉬지 않고 탁하게 차오르는 우울을 그대로 마셨다. 차디찬 바닥부터 딛고 올라온 우울이 한동안 버림받지 않게 한가득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