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카라와 함께한 삶
나의 빛, 모카에게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워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2018년 12월 19일이다,
모카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항문 오른편에 작고 붉은 염증을 처음 발견한 날이었다.
처음 동물병원에서는 항문낭을 너무 세게 짜서 생긴 염증이라고 했다.
나는 매번 조심했다고 생각했지만,
작고 여린 모카에게는 그 손길조차 버거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처방해 주신 항생제를 복용한 지 일주일 만에 염증은 말끔히 사라졌고,
당연히 그렇게 지나가는 작은 아픔의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모카에게 더 신경 쓰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달 뒤,
같은 자리에 다시 염증이 올라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 찾은 동물병원에서는
식이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간식도, 영양제도 모두 금지에
오직 알레르기 처방식만 먹여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염증이 재발인 만큼 더욱 철저히 관리했다.
다행히 처방약을 먹고 다시 호전되었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노력에도 또다시 두 달 뒤,
같은 자리에 세 번째 염증이 고개를 들었다.
엄격하게 지켜온 식이 관리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염증이라니.
몸이 떨릴 만큼 당황스럽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찾은 동물병원에서는 이번에도 항생제를 처방해 주셨고,
나는 약에만 의존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 밀려왔다.
“이렇게 자주 약을 먹어야 한다면, 수술이라던가 다른 근본적인 치료는 없을까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동물병원에서는 수술은 권장하지 않으며, 약물치료와 식이 관리를 권했다.
수의학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나는 그저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나는 매일 아침저녁,
수시로 모카의 엉덩이를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불안과 걱정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신경을 써도 평균 세 달에 한 번꼴로 염증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처방식이나 약도, 그때뿐이었다.
수년간 반복된 재발에,
병원에서는 호르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드물고 희귀한 케이스라는 말씀에 마음 깊숙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카는 그렇게, 6살 무렵 처음 염증이 생긴 뒤
5년여의 시간을 염증과 약, 그리고 ‘넥카라’와 함께 살아야 했다.
(사실 모카 사진의 대부분은 넥카라를 하고 있다)
항문 주변의 불편함과 가려움에 자꾸 핥고 물던 모카.
상처가 덧나고 염증이 생길 수 있어 늘 넥카라를 착용해야만 했다.
플라스틱 넥카라의 갑갑함은 참지 못해 부서질 때까지 거부하는 바람에
나는 더 편한 소재의 넥카라를 늘 찾아 헤맸다.
삶의 반을 넥카라를 하고 살았으니 그 불편함이 오죽했을까.
하지만 모카는 단 한 번도 내게 불평하지 않았다.
내가 보지 않는다고 느낀 곳에 숨어 온몸으로 넥카라를 벗어던지려 애쓸 뿐.
너무 마음 아팠지만 나는 더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고, 더 세심히 모카를 살폈다.
그 불편함 속에서도 묵묵히 견뎌준 모카가 기특하고 안쓰러웠다.
하지만 오랜 시간 복용한 약에 내성이 생겼고,
더 이상 약이 듣지 않게 되자 염증은 더욱 심해져 외부로 상처가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결국 다른 치료나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있는지 다시 찾아 헤맸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지 않다고 하셨고,
중성화 수술이나 간단한 수술 외에 수술이 가능한 병원 자체도 드물었다.
10살을 넘긴 노령견,
선천적 심장기형,
복잡한 수술 부위.
이 모든 조건도 서울의 여러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한 이유였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애가 타던 중,
지인과 동물병원에서 모두 입을 모아 추천한
국내 최고의 외과 수의사 선생님이라고 하셨다.
분당에 위치했지만, 예약이 밀려 진료 예약부터 대기 기간도 긴 곳이었다.
다행히 다니던 동물병원의 소개를 통해 진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서울 집에서 병원까지는 차가 막히면 1시간 반이 넘는 거리였지만,
그 시간보다 더 오래 마음으로 애타던 지난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검사를 위해 전날부터 금식한 모카를 안고
우린 병원으로 향했다.
예약을 했음에도 긴 대기시간이 있었고,
엑스레이와 초음파 등 꼼꼼한 검사가 이어졌다.
공복 상태에 긴 이동시간까지 겹쳐 힘들었을 텐데도
모카는 대견하게도 모든 검사를 잘 견뎌냈다.
장재영외과 동물병원 원장님의 진단은,
수술이 가능하다는 한마디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 모카 종괴 사진들, 불편하실 수 있지만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레 올립니다.)
5년 동안 들었던 항문낭 염증, 식이 알레르기, 호르몬 문제 등
여러 진단을 받았었고, 외과 전문 수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항문 종괴.
소견은 다를 수 있다 하셨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긴 시간 그저 막막하고 당혹스러운 날들이었다.
왜 이 천사 같은 아이가 계속 고생했는지 알 수조차 없었고, 펫숍 출신이라 여러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추측과, 내가 아이를 돌보며 잘못한 것은 없는지 자책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수술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카의 고통과 불편을 없앨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그저 감사했다.
2023년 9월,
드디어 5년간 모카를 괴롭혀온 항문종괴 제거 수술날이 되었다.
나는 수술을 진행하는 내내 조용히 기도하며 기다렸다.
원장님은 짧은 마취시간 안에 깔끔하게 수술을 잘하시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그 말처럼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마취에서 깨어나 나를 바라보는 모카를 안는 순간,
그동안의 고생과 불안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수술 후에도 밝고 의젓하게 조용히 내게 안기던 모카.
※ 이 글에서 언급된 동물병원은 제가 보호자로서 만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병원과는 어떤 상업적 관계도 없으며,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굳이 제가 소개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분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는, 널리 알려진 병원이지만,
저처럼 여러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하거나
수술 가능한 곳을 찾지 못해 애가 타는 보호자분들께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동물병원에서의 추천과 저보다 먼저 아이들을 오래 돌봐온 보호자분들의 추천, 그리고 13년 동안 제 반려동물들과 함께한 수많은 동물병원들 중에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진심으로 동물들을 아낀다고 느낀 병원이었습니다.
모카와 저의 아이들을 오랜 시간 진료해 주신 성남의 **동물병원,
그리고 수술을 맡아주신
장재영 외과동물병원입니다.
(병원 실명 공개 동의를 구하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