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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온기가 사라진 아침 *

모카의 첫 선물 : 한 번의 도전으로 합격한 브런치 작가

by 최은아 Choi ena




밤새 눈물을 흘리다 지쳐 겨우 잠들었지만,

새벽녘 눈이 떠졌다.

습관처럼 몸을 뒤척이다 눈을 떴을 뿐인데,

모카가 보이지 않는 순간 심장이 다시 내려앉았다.


내 머리맡,

가장 가까운 곳이 늘 모카가 잠들던 자리였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나를 반겨주던 따뜻한 눈빛.

우리는 매일 서로를 안아주며 하루를 시작했었다.








그 모든 순간이 사라진 자리에,

깊은 공허함과 적막만이 흘렀다.


남아 있는 아이들도 어제부터 고요했다.

모카와 함께 나갔는데 나만 돌아온 것이 이상한지,

자꾸 모카를 찾는 듯했다.

특히 모카와 단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던

오레오와 라테가 계속해서 두리번거렸고,

모카의 체취가 남은 자리에 서로 먼저 앉으려다

잠시 투닥거리기도 했다.




눈뜨기조차 싫은 아침.

마음은 무겁지만 아이들의 아침밥을 챙겨야 하기에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켰다.

울음을 삼키며 밥을 준비하던 중,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 말.


“우리 모카, 냠냠 먹자.”

12년 동안 밥때마다 습관처럼

가장 먼저 불렀던 이름.


모카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행복이었는데

이제는 눈물과 함께 마음이 무너진다.


아이들 밥을 겨우 챙기고 주저앉아

휴대폰에 담긴 모카의 사진을 보았다.

아픈 마음에 그리움이 사무치자

눈물만 흐를 뿐이다.

한참을 넋을 놓고 울던 중, 갑자기 알림음이 울렸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제, 모카를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글로 담아 새벽녘,

충동적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었다.

단 한 번의 도전,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도착한 ‘합격’이라는 통보.


'신청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았는데

합격이라고?'


너무 당혹스럽고 놀라 흐르던 눈물마저 멈췄다.

글을 써 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믿기지 않아

먼저 작가가 된 지인에게 확인까지 했다.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한 당혹감은

두려움으로 밀려왔다.


그 순간 다시 모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모카가

내게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랑을 많이 받거나,

가족을 많이 사랑했던 강아지는

세상을 떠나도 가족을 지키거나 도와준다는 말.


"우리 모카,

엄마가 너 보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울고만 있을걸 알고,

많이 울지 말라고 그런 거지?

그만 울고 정신 차려서 글이나 쓰라고?"


모카의 유골로 만든 메모리얼 스톤을 살포시 안으며

우는 듯, 웃는 듯 모카가 살아있을 때처럼 말을 건넸다.

살아서도 나를 지켜주던 아이가, 혼이 되어서도 내 곁에 남아 나를 지켜주는 것만 같았다.









천사 같았던 나의 강아지 모카는

어쩌면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났을 뿐,

이제 진짜 수호천사가 되어

여전히 내 곁에서 함께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떠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남겨진 나를 위해

기적 같은 첫 선물을 안겨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브런치 작가 합격이

모카가 내게 준 사랑의 기적이라 믿는다.


















갑작스러운 브런치 합격은

무척이나 나를 당혹스럽게 했고,

1주일 넘게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지냈다.

심지어 모카를 향한 애도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준비와 함께

어느 정도 애도의 시간을 지나

글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당혹스러움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맞이할 수 있었을까.



혼란스러운 감정들 사이에서

다시 모카의 사진들을 꺼내 보며 용기를 얻었다.

모카를 떠나보낸 아픔뿐만 아니라 행복했던 기억들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기록해야겠다고.



모카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한 나의 기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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