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힐링 방법 찾기
글을 쓰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눈물만 흘렸다.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도서관과 서점을 찾아 펫로스 관련 책들을 하나둘 펼쳐보았다.
'유독 나만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이렇게 힘겨운 게 정상이 아닌 걸까?'
이러한 생각이 자꾸 들던 차에, 나와 비슷한 감정과 아픔을 겪은 분들의 이야기들을 책 속에서 발견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이라 할지라도 이별은 모두에게 쉽지 않았다.
나만 이상하다거나 유별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그 위안은 오래가지 않았다.
긴 시간 마음 졸인 투병 끝에 맞이한 안락사라는 이별은,
내가 상상하고 예상한 것보다 훨씬 깊고 긴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가득한 후유증을 남겼다.
책을 읽는 것 만으로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부모님을 뵈러 대전에 다녀왔다.
미리 연락을 드리고 갔지만, 부모님 모두 갑작스레 일이 생기셔서 얼굴만 겨우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30년이 넘은 가장 오랜 벗을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전라도 순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친구는 결혼과 함께 순천에서 터전을 잡게 되어, 가장 오랜 벗임에도 10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다.
서울에서 왕복 8시간 가까이 걸리는 가깝지 않은 거리.
10년 만의 만남임에도 마치 어제 본 듯 편하기만 했다.
친구와 친구의 어린 딸, 셋이서 함께한 하루는 마냥 즐거웠다.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게 해 주었지만
결국 모카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내가 눈물을 흘리자 친구의 어린 딸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같이 울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바쁘게 지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계속해서 좋은 책을 읽고, 운동과 함께 둘째 푸들 오레오와 산책도 하며,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활력을 되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허리 통증을 시작으로 온몸이 수시로 저리고 쑤셔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겨웠다.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신체적으로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하셨다.
힐링푸드나 내가 좋아하던 맛있는 음식들도 열심히 찾아 먹었지만 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고장 난 로봇처럼 몸도 마음도 삐걱거렸고,
모든 일상이 정지된 듯한 날들이 이어졌다.
'이전의 나로 돌아오기를 내가 거부하는 걸까?'
아니, 이전의 내가 누구였는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이 흐려질 만큼, 삶의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 전체가 잘못 살아온 것처럼 느껴졌고
늘 함께였던 모카를 홀로 떠나보낸 죄책감이 날로 커져만 갔다.
애를 쓰면 애를 쓸수록 오히려 이전의 나로 도무지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나 때문에 겪은 폭력과 상처를 모카가 고스란히 느껴서 나 대신 아프게 된 건 아닐까?'
끊임없는 의심과 자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혔다.
매 순간, 나름 열심히, 악착같이 버텨왔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모두 ‘내 잘못’으로 바뀌어 나를 향했다.
내가 남들처럼 똑 부러지게 제대로 살았다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모카를 키웠다면,
혹시 아프지 않고 내 곁에 함께 오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끝없는 후회 속에 스스로를 탓하기만 했다.
나는 모카가 곁에 있었기에 폭력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고,
트라우마가 전혀 남지 않았다고 느꼈던 것도
어쩌면 모카의 온기로 덮을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모카를 보내고 나니
그동안 잊고 살았던 상흔들과 모카를 잃은 상실감까지 더해져
바닷물의 밀물처럼 밀려와 나를 휩쓸었다.
나는 나를 휩쓴 바다에 있었다.
나 스스로 나올 수 없는
심연 속 깊은 곳에...
아픈 모카를 바라보던 시간들,
너무나 어려운 결정이었던 안락사의 순간까지
나는 오직 모카만을 향해 있었다.
내 마음은 늘 뒷전이었다.
이제는
돌보지 못한 내 마음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