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마무리 : 아픈 아이를 지켜보며, 이별을 마주한 분들께
'반려견이 아프거나 짧은 생을 사는 이유는,
매 순간 순수하고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처럼 계산하지 않고,
바쁘다거나 아프다는 등의 어떠한 핑계도 없이
모든 순간을 우리와 함께하며 끝없는 사랑을 쏟아주는 존재라는 뜻일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천사 같은 아이들이 조금만 아파도
우리의 마음은 금세 무너져 내립니다.
하물며 치료가 어려운 질병을 앓거나,
안락사까지 권유받게 된다면
이해가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받아들이기란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 강아지 시절 모카 ♡
함께 한 모든 순간
모카와 깊은 교감을 충분히 나누었다고 믿었지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되자 그 생각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 하면서도
애정 가득한 해맑은 눈빛으로
한결같이 나를 바라보던 모카.
이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의학적 판단하에 해주시는 권유지만, 내가 이별의 날을 결정해도 되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매일 모카에게 조용히 묻곤 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결정하면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던 것은,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최대한 먹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삼겹살부터 소고기, 닭고기, 황태, 과일 등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매일 먹였습니다.
마지막날에는 한 번도 못 먹어 본 치즈케이크도 배불리 먹이고, 내가 좋아하던 초콜릿도 두 조각 먹였습니다.
준비 없이 갑작스레 아이를 떠나보내는 분들이
‘조금만 더 준비할 수 있었더라면…’ 하고 깊이 아쉬워하시는 마음,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떠나는 날을 직접 정하는 일 또한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안락사 권유를 받은 날부터 결정까지
매일매일 선택을 강요당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듯한 고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모카를 보낸지 이제 두 달이 갓 넘은 지금도 정답이 무엇이라고 여전히 확답은 하지 못 합니다.
다만 아이를 보낸 그날,
모카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복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때,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모카의 몸은 훨씬 더 많이 망가져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6배 이상 퉁퉁 부은 다리와 악성 종양으로 뒤덮인 모카의 복부
모카는 제가 보면 더 힘겨워할 거라 여긴 것인지
으르렁 거리기까지 하며 마지막까지 보여주지 않으려 온몸으로 거부했다.
"개는 이 지구상에서 본인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 조쉬 빌링스 -
어쩌면 자신의 아픔보다도 저에 대한 더 깊은 사랑으로
모카는 제 선택과 결정을 묵묵히 기다려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하루라도 더 제 곁에 머물고 싶어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반려견들은
아무리 아프고 힘겨워도
그렇게 마지막까지도 온 힘을 다해 우리 곁에서 견디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카는 악성종양이 외부로 드러났기에 제가 볼 수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내부의 병이라면 훨씬 더 오래, 깊게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막 모카와의 이별을 겪은 사람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이별을 앞둔 누군가에게 감히 조언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또한 안락사는 개인이 혼자 원한다고 해서 진행할 수 없는 너무나 무거운 일입니다.
지금 아픈 아이를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곁에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가족의 사랑을 깊이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의사 선생님과 충분한 상의 후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의 마음과 고통까지도 모두 느끼고 있을 거예요.
지금 당신이 많이 아프고 괴로우신 것은
깊은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이 천사 같은 아이들은 그 사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너
아픔이나 고통은 없는 그곳,
행복만 가득한 무지개 마을로 갈 것이라 믿습니다.
가족을 영원히 기억하며 행복하게 지내다
가장 먼저 마중 나올 거예요.
분명 다시 만날 날이 올 거라 믿어요.
많이 아프고 힘드시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힘내시기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신 당신이
너무 오래 아파하거나, 자책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안녕... 나의 천사 모카
붙잡고 있는 것보다
놓는 게 더 큰 마음이 필요하다.
- 호텔 델루나 마고신의 대사 -
나의 첫째이자 천사, 모카 ♡ 영원히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