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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안녕 *

반려동물 장례식

by 최은아 Choi ena




경기도 광주의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택시 안은 깊고 무거운 적막감만 흘렀다.

모카를 품에 안은채,

흐르는 눈물을 숨과 함께 삼킬 뿐이었다.

낯선 길에서 길을 헤매던 택시 기사님은 경로를 이탈하셨고 결국 몇 차례 길을 돌아갔다.

평소였다면 도착 예정 시간에 늦을까 봐 조바심이 났을 텐데

오늘만큼은 이 상황도 감사하기만 했다.

단 몇 분이라도 모카와 함께 할 수 있기에.




모카를 보내는 마지막 절차인 장례를 위해 장례식장으로 향하

복잡한 마음만큼이나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지금껏 내손으로 누군가의 장례를 치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사'를 떠올릴 수 있다니.

가장 힘든 시절의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킨 모카는

내게 새로운 감정과 함께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첫 반려견. 깊은 교감.

처음 느껴본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

처음 치르는 장례식까지.






어느새 도착한 장례식장.

이별이 한없이 서툰 나에게는

도착부터 모든 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면 장례를 도와주시는 장례지도사 분이 아이를 세심히 닦으며 염을 도와주신다.


모카는 장재영 동물병원에서 꼼꼼히 목욕까지 시켜주신 덕분에

도착 후에도 뽀송하고 천사 같은 모습 그대로였다.

장례 진행 관련 안내와 함께

추모 방에서 모카와 충분히 시간을 갖도록 준비해 주셨다.




2025년 4월 29일 모카의 마지막 모습




준비한 천일홍 꽃과 사진을 모카 곁에 두었다.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천일홍으로 모카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우리 모카, 영원히 사랑해."

몇 시간이고 계속 이대로 머물고 싶었지만,

오래 머무르면 오히려 아이를 보내기 힘겨울 것 같아

마지막으로 안아주고 조심스레 진행을 부탁드렸다.




모카를 조심히 눕히고 단독 화장로 앞에서 묵념을 하셨다.

서서히 아이가 화장로로 들어가자 현실로 다가왔다.

'정말 이별이구나'

'우리 모카가 진짜 가는구나'

화장하는 순간부터는 모든 촬영은 금지,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촬영할 정신은 없었다.

물조차 제대로 마시지 않았는데 눈물은 끝도 없이 흘러내렸다.



한 시간쯤 지나 하얗게 남은 모카의 유골을 마주했다.

모카는 두개골마저 참 예뻤다.

'그래서 우리 모카 두상이 그토록 예뻤던 거구나'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주책맞은 생각까지 들었다.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길로 모든 유골을 수습한 후,

메모리얼 스톤을 만드는 과정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메모리얼 스톤은 오래전부터 익히 들었고,

내가 아이를 보낼 땐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 비용을 아픈 아이를 위해 쓰는 게 더 지혜로운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이별을 맞이하자 마음은 바뀌었다.

모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고,

아이의 일부라도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래야 내가 이사를 가더라도

아이가 나를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메모리얼 스톤을 만드는 시간도 생각보단 오래 걸렸다.

색상은 예측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왠지 모카는 맑고 순수한 하늘빛일 거 같았다.

예상대로 모카는

청량하고 맑은 하늘빛 스톤으로 내게 돌아왔다.





모카의 메모리얼 스톤





밤 9시가 다 되어 그렇게 장례는 마무리가 되었다.

모카를 품에 안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힘겨웠던 하루였지만

편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 홀로 편히 돌아간다는 것이 더 괴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 집을 나섰고,

어디를 다녀오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은

함께 나와서 혼자 돌아가는 길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기도 광주 반려동물 장례식장 인근의 도로 /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시골이나 다름없는 경기도 광주 외곽의 밤은

내 마음만큼이나 어둡고 쓸쓸했다.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 때문일까?'

'쌀쌀한 밤공기 때문이었을까?'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온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감당할 수 없는 깊고 무거운 슬픔을 글로 토해내듯 눈물과 함께 써 내려가며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모카에 관한 브런치북 글이 시작되었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모카의 메모리얼 스톤을 품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저도 없었다면

나는 계속 무너지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끼니를 거른 채 홀로 돌아온 집.

마음의 허전함 때문인지 이 상황에도 배가 고팠다.

밥 한술 입안 가득 넣자마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한참을 큰 소리로 울었다.


















강아지의 수명은 짧다.
그것만이 강아지의 유일한 단점이다.

- 아그네스 슬라임 텀블 -








어떠한 조건도,

조금의 계산도 없이

그저 사랑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가는 존재들.


그래서인지

강아지들의 생은

지만 찬란한지도 모른다.


문득,

사람은 마음마저 아끼고,

사랑조차 계산하며 살아가기에

그 에너지를 삶을 버티는 데 다 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사랑도,

계산하며 아끼는 마음도

모두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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