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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내다본 나의 미래, 막연한 준비

by 이지현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산다’는 말이 낭만적으로만 들리던 때가 있었다. 하고 싶은 걸 찾아가며 살아가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모습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런 마음의 방향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쌓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득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앞으로 뭘 하며 살고 싶지?’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어렴풋이, 시간이 쌓일수록 막연한 불안도 함께 쌓여갔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 나를 관찰하고 이해해 가는 과정은 분명 의미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미래를 그리기엔 어딘가 허전했다. 마치 지도 없이 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내 걸음이 틀리진 않았다는 건 알지만, 도착지가 어딘지 모르는 채 걷고 있다는 생각. 그래서 그 방향을 조금 더 멀리 내다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싶은 일들, 잘할 수 있는 일들. 그 모든 걸 하나로 엮어내기엔 아직 경험도 지식도 부족하다.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진로에 대한 고민은 늘 막막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꼭 그것이 직업이 되는 건 아니고, 잘하는 일이라고 해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오래 붙잡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단, 멈춰 서서 생각해 보는 일이다.

불안한 건 당연하다. 아직은 모호하고 막연하니까.
그렇지만 막연하다는 건 아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고, 그 안에서 나에게 맞는 색을 찾아보는 중이다.

진로는 마치 내가 쌓아 올리는 또 하나의 정체성 같다.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이전처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되, 그 끝을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서.

준비는 늘 막연하지만, 그 막연함 속에서도 나는 나름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 언젠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닿았을 때, 이 모든 고민과 선택들이 나를 만들었음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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