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by 이지현

일주일 중 하루, 혹은 몇 시간이라도 해야 할 일들을 미뤄두고 하고 싶은 걸 해보기로 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해야 하는 일에 밀려, 하고 싶은 일은 항상 뒷전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 보기로 했다.


핸드폰 없이 몇 시간을 살아보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정해진 일정 없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할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것들이 있었다.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밤새 책을 읽거나, 몇 시간씩 걷거나, 친구들과 시끄럽게 어울리거나.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내 안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어떤 순간에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무엇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걸까?


우리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도, 정작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스스로를 관찰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내가 커피를 사 먹지 않고 직접 내려먹는 이유는 그 과정에 필요한 조금의 정성과 시간이 나에겐 여유로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책을 읽거나 걷는 것은 머릿속을 비우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필요해지기도 했다.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을 일부러 해봤다. 가지를 싫어했지만 가지덮밥맛집에 가봤고, 너무 맛있어서 좋아하게 됐다. 실내낚시는 습하고 답답할 것 같아 애초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지만 동생의 권유로 직접 해보니 물고기를 낚아채는 느낌이 신기했다. 하지만 다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예상했던 대로 별로였다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도 있고, 오히려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있다.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해보지도 않고 단정지었던 것들이 많았고, 오히려 정말 좋아질 수도 있었다.


내가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을 흘려보내지 않고 한 번쯤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우리는 무심코 많은 것들을 선택하고, 선호하고, 혹은 피하며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내가 끌리는 것과 거리를 두는 것,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과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나는 어떤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순간에 즐거움을 느끼고, 무엇에서 안정감을 찾는지. 그런 작은 조각들을 맞추다 보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진다. 나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하루를 조율하는 것.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결국 온전한 내가 되는 길이다.


keyword
이전 03화아침을 여는 책, 밤을 보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