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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밝히는 응원의 불빛

by 이지현

가끔은 누군가의 응원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를 생각해서 건넨 말이라는 걸 알아도, 내 마음에 닿지 않을 때가 있다. '잘하고 있어.'라는 말은 오히려 계속 잘해야만 할 것만 같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은 오히려 지금 괜찮지 않음을 선명하게 한다. 분명히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받아들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스스로의 결점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법이기에, 누가 어떤 응원의 말을 해도 곧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또, 타인과 나는 서로의 전부를 알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속 시원히 털어놓기도 힘들다.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도 나는 멀어진 것이다. 그 거리감은 외로움보다도 나에게 조차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잘 자고, 잘 먹고, 잘 씻는 것부터 다시 시작한다. 흐트러진 생활을 바로잡고, 더러워진 방을 정리하고 나면 어지러운 정신과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조금 생긴다. 그때, 나 자신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한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써내려 가다 보면 보통 별 게 아니고, 그냥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기대보다는 이해로서 다가가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은 사라지고 내가 해온 것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남는다. 내 결점들은 도망칠 수 있는 작은 숨구멍이라 생각하며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게 된다. 숨구멍이 있었기에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들을 이룰 수 있었다고 토닥일 수 있다.


어떤 응원의 말보다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이 더 힘이 된다. 누군가의 응원과 위로를 기다리지 않아도, 나는 끝까지 나를 믿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타인에게 꼭 이해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타인의 기준에 내가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나를 훨씬 자유롭게 만든다.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나의 응원도, 타인의 응원도 거리낌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나를 아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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