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현주는 3시간 알바시간 동안 남자직원에게서 업무를 인수인계 받는다. 남자직원의 이름은 준호라고 한다. 3주가 지나 같은 회사 동료의 이름을 알게 된 현주. 준호는 현주에게 남는 책상이 없다며 우선 사장님 책상에서 일하라고 한다.
“뭐…. 딱히 가르쳐 드릴 게 없는데….”
라고 말하며 준호는 머리를 긁적인다.
“그럼…. 봉투에 주소 적어주시고, 이 자료들 스캔해 주세요.”
아이를 키우며 손이 빨라진 현주는 일을 순식간에 끝낸다.
“준호씨, 이제 무슨 일을 하면 되나요?”
현주는 남자직원에게 묻는다.
“자리에 조금만 앉아 계세요. 다른 일 드릴게요.”
준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이며 말한다.
잠시 쉬는 동안 사장님 자리를 둘러본다.
이런저런 서류들과 메모지들이 흩어져 있다. 책상 왼쪽 윗부분에 큰 모니터가 한 개 더 있다.
‘어머나! 이건 뭐지?’
모니터에는 CCTV 화면이 10개나 떠 있는 게 아닌가? 사무실에 7개, 밖에 3개. 이렇게 작은 회사에 CCTV가 10개나 있다고? 사무실이 워낙 좁아서 고개만 돌리면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다 보이는데…. 각 자리를 비추는 CCTV가 있다니…. 여긴 좀 이상한 곳이라는 생각이 현주의 머릿속을 강타한다. 현주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준호가 새로 온 여직원과 자리를 바꿔 현주에게 일을 가르쳐준다. 이제 본격적인 컴퓨터 작업이다. 서류를 만들고, 업로드 시키고, 문서 작성도 한다. 집에 갈 시간이 되어가자, 준호가 현주에게 다가온다.
컴퓨터 메모장을 열고
‘저, 곧 그만둘 것 같아요’
라는 메시지를 적더니 날 보며 검지 손가락을 펴서 자기 입에 댄다. 쉿!
퇴근하는 현주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아니 엉망이다. 가족회사임에 이미 놀란 가슴이 감시하듯 사방에 설치된 CCTV에 쿵하고 내려앉고, 남자직원의 고백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직원들과의 대화를 메모장으로밖에 할 수 없는 이 살벌함에 당혹을 금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