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부모라고 다 같은 부모가 아니야

by 한보물 Jan 24. 2025



아버지는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셨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 학교생활은 어떤지

그 사소한 어떠한 것들도 묻지 않으셨다.


내가 겨울 외투 하나 없이 교복만 입고

추운 겨울날을 버틸 때도

아버지는 혼자서 따듯한 외투를 입고

겨울을 보내고 있었고,


내가 일 년 내내

닳을 대로 닳아버린 신발을 신고 다닐 때도

신발장엔 아버지의 신발들로 넘쳐났었다.


내가 다쳐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아버지는 같은 시기에 옆 병원의 친구 병문안은 가면서도

나에겐 단 한 번도 오시지 않으셨고,


독감인지도 모르고 감기약으로 버티던 새벽 날

아버지에게 같이 병원 좀 가달라고 울고 빌며 말했을 때도

아버진 술에 취해 내 말을 무시했었다.


허리디스크로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잠시 일을 쉬고 지냈을 때도

아버지는 왜 집에서 쉬냐고 얼른 일하라고

나에게 뭐라 하기 바쁘셨고,

내게 들어가는 병원비도 아까워하시며

치료도 더 이상 못 받게 하셨었다.


심지어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때도

아버지는 일이 바빠 자기는 모른다고 하셔 놓고

며칠 뒤에 같이 일하는 분하고 돈 때문에 싸웠다고

집에 오셨을 때는 정말..


"어떻게 이런 사람을 한 아이의 아버지라 할 수 있을까?"


병실에 다른 환자들 보호자들로 북적일 때

반대되는 내 상황에 미친 듯이 서러워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었던 내 모습이


그 새벽 추운 날

버티고 버티다 혼자 응급실을 가야 했던 내 모습


암에 걸려 이런저런 걱정과 서러움에 잠 못 들던 내 모습이


나는 아직까지 그 모습들이 하나하나 너무나 생생한데


왜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으셨을까?

왜 아버지는 나에게 자식 된 도리만을 강요하셨을까?


나는 아버지가 다입원을 하면

바로 달려가 아버지의 병시중을 어줬어야 했고,


아버지가 유흥을 즐기며 카드값에 허덕이실 때도

먹고 싶 사고 싶던 욕구들을 참아가며 모은 돈

아버지의 카드값 갚아어야 했다.


세상엔 부모란 이름으로 다 같은 부모가 아니라는 걸

나는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미안한 기색 하나 없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아버지의 태도에


나는 앞으로 더 이상의

자식 된 도리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설령 이 세상에 나를 욕할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냥 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걸 감수기로 했다.


이전 08화 1,000원짜리 김밥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