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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Nov 22. 2024

미칠려거든 이들처럼

서천의 빛나는 보석, 전통예술단 '혼' , 그 4번째 이야기

"이 촌구석에서 뭐를 혀?"

"뭐여, 춤을 춘다는겨?"

"젊은 사람들이 실성을 했나... 서울 가서 돈이나 벌지... 어쩔라고... 그랴"

"다들 미친 거 아녀? 암튼 해본다니께 그럼 어디 혀봐"

"하여간 여기서 얼마나 버티나 볼겨!"


그렇게 20여 년의 시간이 묵어간다




춤출 사람 하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춤에 미친 사람들

흔하디 흔한 토속문화 하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잊혔던 우리의 것을 찾는 미친 사람들

온기 하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데일 듯 뜨거운 온기 나누는 미친 사람들


비록 도시에서 어엿한 직장 얻어 폼나게 살지는 않더라도

세상 관심밖으로 밀려난 한산모시를 담아 고단했을 여인의 삶을 춤으로 꽃 피우고

은빛 찬란히 빛 머금은 서천의 공작부채로 아름다운 춤사위로 그려내고

잊혀가는 앉은굿에서 영감을 얻어 기어이 예술로 만들어내고


그렇게 지역에서 아름다운 전통 찾아 신명 나게 살아가는 천생의 춤꾼, 소리꾼들


우리 춤에 대한 열정 하나하나 밑거름 되어 청춘의 꽃 피우는 아름다운 청년들,
전통예술단 '혼'


이제는 어딜 가나 그들의 손짓, 몸짓 한 동작에 박수 한번 환호 한번

이제는 누구 하나 그들을 더 이상 미친 사람들이라고 할리 없다지만


그래도 나는 그들을 곱게 미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갯마을 서천에서 시작한 그들의 작았던 춤판

그들이 벌려놓은 춤판은 동네 청년들에게는 이제 꿈 판

세계 무대로 뻗어가는 그들의  아름다운 춤사위에 여전히 설레는 가슴

관객과 한 호흡으로 휘몰아친 공연을 마친 그들 얼굴에 흐르는 땀, 눈물


.

.

.


그리고,

거칠게 뛰는 심장 소리

어두운 객석 관객 눈가에 날 것 그대로 맺히는 감동이 떨어지고야 만다


.

.

.


모시가 꽃을 피우지 않은 채
여인들의 고통과 시련을 통해 완성된 옷감 그 자체로 아름다운 꽃이 되듯


 아름다운 청년들의 낯선 몸짓은 이미 꽃으로 피어나

이제는 그들의 무대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섰기에...






어쩌면 이글이 내가 그들에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찬사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잘 이겨내 줘서 감사할 뿐이다. 


(2024. 11. 21. 충남도청 문예회관 '꽃피면 봄 잎지면 가을인 줄 안다지 ' 공연 모습)

모티브 한산모시(세계유네스코무형문화재)
부채춤 with 서천 공작선(공작부채) 

 ⓒ 2024. 전통예술단 혼.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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