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빌딩이 모여 있는 곳엔 식당만큼, 혹은 식당보다 더 많은 수의 카페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카페에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손님이 있다. 근무 시간 한가운데여도 말이다. 사내 카페가 있는 경우 출근 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거나 동료와 수다를 떠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그 모습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사람들도 집에 가지 못해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걸까?
바쁘다면 그런 식으로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게 내 사고방식이다. 정말 일이 몰리고 마감이 급할 경우 나는 점심을 대충 먹고 일할 시간을 확보한다든지,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참고 모니터 앞에 붙어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밥 먹을 시간이나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표현이 낯선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게 한때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출근했는데 일이 없을 때도 있다. 사무실에 잡혀 있어야 하는 (자유로운 점심시간 제외) 8시간을 대체 뭘 하면서 보내야 할지 막막할 때. 그러나 퇴근할 수는 없고 유급 휴가는 그 중요함과 소중함에 반비례라도 하는 건지 너무 적다. 그래서 ‘가짜 노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헛된 일들로 자유롭지 않은 나의 가짜 삶을 채운다.
책 <가짜 노동>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근무하는 시간대에 인터넷 쇼핑률이 높다고 언급하고, 오래되긴 했지만 어느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근무시간 중에 딴짓을 한다고 한다. 내가 다니던 여러 직장 중 한 곳에서는 직원 한 분이 근처에 산다는 걸 이용하여 자고 온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직장인들이 근무 시간에는 메신저에 즉각 반응하지만 퇴근 시간이 지나면 무소식이라는 말에는 솔직히 공감이 간다. 할 일이 없어도 컴퓨터 앞엔 앉아 있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메시지가 오면 반가운 반면, 퇴근 뒤에는 얼마 있지도 않은 시간을 귀하게 쪼개야 하니 메신저 답장은 내일로 미루게 된다.
또 다른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가 지원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월급을 교환한 것이 아니었나? 회사가 연봉을 주고 살 만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어학 점수를 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직무에 따라 이런저런 테스트를 봤던 게 아니었단 말인가? 적어도 내 삶을 내 마음대로 살지 못하게 할 힘을 돈 받고 팔지 않았음은 분명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