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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드 Oct 29. 2024

갑자기 아파트 사기 1: 살 집 찾기

저지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겨내고 어른이 되어보자


사람은 결국 일이 닥쳐야 깨닫고 배우고 헤쳐나간다고 했던가. 한 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나에게 딱 그런 일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집안 사정에 의해 따로 살 곳이 필요해 아파트를 구입하게 되었다. 


나는 부동산 시장, 재테크, 경제 등에 거의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성향상 그런 데에 너무 매달리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돌아갈 집, 몸 누일 장소는 필요한 법. 당분간 여기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참고로 나는 대출을 받지 않고 부모님과 공동 명의로 집을 사게 되었고, 집안 사정이 꽤 급박하게 돌아간 만큼 사전 조사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급하게 저질러 본 사람'의 에피소드로 이해하면 되겠다.






갑자기 아파트 사는 과정 제1단계:

살 집 찾기 - 인터넷 조사 + 실제로 다녀보기 (주변 동네, 구경하는 집)


나는 안타깝게도 신축을 찾을 수밖에 없는 몸이다.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서만 살아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애초에 선택지는 굉장히 적었다. 지금 들어가도 10년 이상을 바라보며 오래 살 수 있는 신축, 거기에 아파트였으면 좋겠고, 국민평형은 내 환경에는 너무 넓으니 딱 방 2개에 화장실 1개 정도. 사실 여기서부터 나는 고난의 길을 간 셈이었다. 아파트에서는 소형에 들어가는 59㎡마저도 요새는 방 3개에 화장실 2개의 구조로 나오기 때문. 하지만 감가상각비가 너무 큰 데다 취득세가 아파트에 비해 경우에 따라 10배는 더 비싼 오피스텔, 나중에 되팔기가 힘들어서 현금화하기 어려우며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운전을 해야 하는데) 주차난이 심한 도시형 생활주택, 동네를 심하게 타고 방범 문제가 마음에 걸리는 빌라를 선택지에 넣고 싶지는 않았다. 


부동산 관련 카페들도 기웃거려 봤지만 결론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이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집을 결국 투기, 투자용이라고 인식하고 벌어지는 논의들이 대다수였다. 아파트 이름만 가지고 검색하면 광고글이 정말 끔찍한 수준으로 많아 검색하기도 힘들었다. 실거주 관련 정보들이 모여 있을 입주자 카페에는 들어갈 조건이 되지 않았고, 그나마 호갱노노 앱에 올라와 있는 주민들의 게시글이 도움이 됐다. 온갖 광고와 마케팅 때문에 예전보다 검색 난이도가 훨씬 올라가서 짜증이 났다 ㅠ_ㅠ


이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해일처럼 광고글을 쏟아붓고 거의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 뉴스에 뿌린 어떤 사업에 관한 것이다. 나는 주변에 걸려 있던 광고 현수막을 보고 관심을 가졌는데 모델하우스나 임장 후기가 하나도 없어서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겨우 어떤 카페 댓글에 해당 건축 사업은 토지이용계획상 허가가 불가하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을 발견했고, 토지이음 사이트를 찾아서 해당 주소지를 검색했다. 사실 나도 거기에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지 자세하게는 모른다. 다만 토지이용계획을 열람했을 때 아파트 부분에 세모 표시가 되어 있었으며 덤으로 주택을 건축할 수 없는 토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맙소사, 당장 도망쳐!






그렇게 함정 하나를 잘 피한 뒤 나는 추가 작업을 거칠 세 곳을 추렸다.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라 잘 알지만 세대수가 무척 적은 신축 아파트 한 곳, 지금 사는 동네와 멀지 않은 재개발 지역인데 연식이 10년 미만이면서 면적 대비 가성비가 좋은 아파트 하나, 마지막으로 낯선 동네지만 대단지 신축에다 추후 혼자 살게 될 일을 고려했을 때 평수가 그런대로 적합한 곳. 편의상 A, B, C라고 하겠다. 이 세 곳은 직접 방문하였다.


먼저 A. 교통편이 끝내주고 세대수는 적으나 일단 도시형 생활주택이 아닌 아파트라는 것, 올해 준공된 초신축, 내가 잘 아는 동네, 현재 내 환경에 딱 맞는 방 2개에 화장실 1개 타입이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두 동밖에 없어서 사실상 단지라고 할 게 없는데도 벤치 몇 개와 운동 기구를 놓아두고 약간의 조경을 더한 부분도 좋았다. 구경하는 집을 가 봤는데 염두에 두었던 타입이 나쁘지 않았고 꽤 넓어 보였다. 세금 지원, 각종 옵션 등 인센티브도 많이 붙어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오래 살았던 동네라 그곳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에 끌리는 측면이 있었지만 결국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유선상 안내를 받았던 가격이 아니었고 5억 이상이라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없는데(왜 신혼부부만 6억이야!) 예상되는 매달 상환금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B는 실거주하는 사람들의 평이 좋았다. 재개발이 지지부진한 구역을 끼고 있으나 지하철 연장 등 개발 호재들이 있고 버스를 이용하기에는 대단히 좋은 지역에 위치한 곳이었다. 하지만 동네를 죽 둘러보니 여기에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편의 시설이 너무 없고 길가에 빈집도 눈에 띄었으며, 해가 지면 버스 정류장을 도보로 왕복하기에는 조금 불안할 듯한데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운행하는 마을버스도 보지 못했다. 딱 아파트 단지 안쪽만 잘 꾸며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결국 여성 가구에게는 적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 매물 내부는 보지도 않았다. 


C는 일단 지금 사는 곳과 시군구가 바뀌는 미지의 땅이었다. 하지만 1군 브랜드 건설사가 지은 신축 아파트에 대단지, 출퇴근 거리가 늘어나기는 하는데 대신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환경이었다. 사실 둘러본 곳 중에서는 가장 평수가 적었고 복도식이라는 점이 불만족스럽기는 했는데, 요새 복도식 아파트는 옛날처럼 뻥 뚫려 있지 않고 창문 설치가 되어 있어 조금 점수를 만회하기는 했다. (사실 나는 사설 방범 장치를 설치할 의향도 있다) 확실히 대단지 아파트라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꾸며진 모습에 커뮤니티 센터를 잘 갖추고 있었다. 평수가 작기 때문에 여유 공간이나 수납공간을 기대할 수는 없었으나 신발장과 주방 쪽 수납은 충분해 보였다. 주변에 다른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서 생활 인프라도 괜찮을 듯했고 개인적으로 내게 중요한 도서관과 산책할 만한 장소가 가까이 있는 점이 좋았다. 


물론 C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선 멀어진 직장, 택지 지구가 아니라 재개발 지역이기 때문에 어수선한 구석이 분명히 있다는 것(새삼 내가 참 좋은 동네에서만 살았구나 싶었다), 외국인이 많다는 말도 있었고, 계단식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 단점이다. 나와 있는 매물 중에서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동은 층수가 낮아서 안전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지하철역과 더 먼 단지를 택해야 했다는 부분도 아쉬웠다. 그러나 다른 후보군에 비하면 더 장점이 많다고 판단하여 C 매물을 계약하기로 했다. 






더 많은 동네를 둘러보지 않은 건 선택지가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갈수록 선택이 불가능해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던, 내가 가져가고 싶은 조건들이 더욱 나의 판단을 특수하게 만들기도 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필터를 설정할 때마다 순식간에 잠잠해지는 지도 화면을 보면서(...) 어차피 현실적인 옵션은 정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한국 부동산 관련 정책 및 시장이 여전히 '정상 가족'의 형태에 얽매여 있다는 점도 실감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시에 받을 수 있는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은 1인 가구일 경우 5억 이하여야 한다는 것(신혼부부일 때만 6억이라는 조건이 있지 부모 봉양, 그 외 동거인이 있는 경우 등에 따른 완화 조건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적어도 나는 찾지 못했다), 모두가 선호하는 아파트는 여전히 84㎡ 위주로 나와서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청약 통장을 쓰고 싶어도 영 조건이 맞지 않아서, 결국 내 자력으로만 10년쯤 부은 청약 통장은 잔금을 위해 그냥 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청년 주거 정책으로 나온 매물이나 임대 주택 등에 지원하려고 해도, 내가 집을 가진 게 아닌데 아빠 혹은 엄마 앞으로 된 집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무주택세대구성원에 해당되지 않아서 지원 자격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독립을 하기 위해서 저렴한 집을 찾는 건데 저렴한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이미 나와 살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강요하는, 현실적으로 모순되는 상황에 부딪혔다. 나도 정책 덕을 좀 보고 싶은데.. 참 쉽지가 않았다 ㅠ_ㅠ 그래서 뭐.. 그냥 정공법으로 아파트를 산 셈이 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인생 첫 부동산 매매 계약서 작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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