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언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많은 사람이 이제 수도권 출생자입니다. 서울이 고향인 것입니다. 20년 전에 균형 발전 이야기를 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쇠락해 가는 고향의 어려움을 떠올렸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도 가졌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지방과 동남아는 둘 다 휴가 때 며칠 가는 곳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서울 사람들에게 지방은 풍경입니다. 서울 사람들은 지방 도시보다 인도네시아 발리나 베트남 다낭의 지리를 더 잘 알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지역 불균형은 인식의 수준에서도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지방소멸을 막지 않고 대한민국 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요? 그런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관후 [압축 소멸 사회]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에서 정점을 찍는 순간 급작스럽게 수축도 후퇴도 아닌 소멸로 달려가는 사회.
하지만 수도권과 수도권 밖에서 느끼는 감각은 사뭇 다르다. 영남 내륙을 휩쓰는 무서운 산불의 기세에 타 죽고 질식해 죽는 그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다. 젊은 수도권과 늙어가는 지방.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명절 때마다 굳이 거기 가자고 보채는 아빠들도 더이상은 고집 부리기 어려워진다. 머리가 굵어가는 아이들에게는 그저 연휴일 뿐인데. 어차피 고향은 서울인데.
사람도 없는 곳에 왜 병원을 지어야 하느냐고, 학생이 없는데 학교를 뭐하러 유지하느냐고, 어차피 차도 별로 안 다니는데 도로를 어쩌자고 그렇게나 넓게 닦는 거냐고 묻게 된다. 인구 절반이 북적거리는 수도권의 눈으로 보면 응당 나올 법한 질문들이다.
그래도 아직,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고, 사람은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배울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말해봐야 귓등으로 듣는다. 지방은 풍경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