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원주민 스무 명이 월요일에 들어오면, 토요일에 절반은 불구가 되어 나타난다." 인간 노동력의 멸실로 주변 지역의 인구는 급감했다. 이 유럽 팽창의 시대에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잔인한 원주민 착취였다. 포토시산을 가리키는 현지 케추아어 명칭은 간명했다. "사람을 잡아먹는 산". 책을 좋아하는 유럽인이라면 단테의 지옥을 떠올렸을 것이다.
로저 크롤리 [욕망의 향신료 제국의 향신료]
제국의 수도였던 런던에 살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었다. 이 거리가 이렇게 찬란할 수 있는 데는 분명 식민지에 대한 가혹한 수탈이 큰 역할을 했다.
런던 거리의 건물들을 보며 난 현지인 건축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째서 이렇게 아름답게 건물을 지어 올렸는가. 기능적으로는 필요하지 않은, 그저 미학적인 장치가 많다."
그 할아버지는 말했다. "꾸밀 수 있는 기술이 있고, 꾸미는 데 필요한 돈도 있었으니까."
사람 잡아먹는 산. 거기서는 은을 대량으로 캐내서 유럽으로 옮겨 왔다. 그 막대한 자본으로 유럽은 도로를 포장하고 거대한 성당과 성을 건축했다. 유럽 대제국의 후예들은 그렇게 쌓은 유산에서 미적 감각을 장착한 채 태어나 자라고, 그 압도적인 건축에 붙어 관광 수입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참으로 불평등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이제 와 소용없는 일이다.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