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품거래부터 재정거래까지

by 런던 백수
교역의 이익은 엄청났다. 16세기 상인의 상상력에 불을 댕긴 것은 원래 향신료에서 나온 이윤이었다. 광범위한 해상 연결은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세계 곳곳에서 금과 은이 가치가 상대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인식되면서 재정거래(차익거래)라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이는 오늘날의 통화 시장의 예고편이었다. 중국에서 은의 가격은 유럽에 비해 두 배였다. 유럽에서 금을 매입한 뒤 은으로 바꿔 중국으로 가져가면 처음보다 갑절 많은 금을 갖고 돌아올 수 있었다.
배는 식료품과 통화 뿐만 아니라 사람도 실어 날랐다. 마치 명나라 도자기 파편처럼, 인간의 DNA도 혼혈인 사회, 시장 개척,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었다. 선원들은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겼다.

로저 크롤리 [욕망의 향신료 제국의 향신료]



교역과 접촉은 전혀 새로운 개념을 열어준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동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가치 상승을 경험하면서다.


최근 자산 시장, 구체적으로는 코인 시장에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재정거래는 초심자들도 시도하는 지경이 되었다.


경험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곧 새로운 상상력과 기회, 도전으로 이어진다. 태평양을 건너갔다가 돌아오는 무수한 항해 실험은 대개 처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결국은 성공했다. 이 경험과 지식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다. 치열한 정보전 끝에 곧 지식은 인류 보편의 것이 되고 말았지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4화16세기에도 세계 공장,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