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에게 사랑받는 법, 그리고 살아남는 법
날씨가 맑고 기분도 좋아서 아침부터 기분 좋게 병동으로 올라갔다. 다른 날처럼, 인솔자와 반 친구들과 오늘의 목표를 확인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다음 주에 있을 테스트는 리프팅 기계 사용에 관한 거였고, 나는 이미 한 번 그 기구를 사용해 봤고 내 담당 HCA가 목욕을 시켜주는 걸 배웠기 때문에, 이제 강사만 OK 해주면 내가 독립적으로 환자들에게 목욕을 시킬 수 있는 상태였다! 그 순간, "나는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Kardex (간호사가 참고하는 환자의 건강정보 기록지)와 케어플랜을 꼼꼼히 살펴봤다. 내 담당 HCA는 "one-on-one care"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고 7시가 되자 우리 모두는 각자 맡은 환자들 방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날 실습을 같이한 HCA와 다시 일하게 되었다. 나는 내 담당 환자부터 돌보고 온다고 했고, 그 후에는 그 HCA가 맡은 또 다른 환자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아침부터 왈지 할머니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유심히 바라보셨다. "너 어제 나 옷 갈아입는 거 도와준 그 애야?"라고 물어보았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맞아요! 오늘부터 3주 동안 계속 같이 있을 거예요! "오늘 아침 준비 되셨나요?"라고 물어보았고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yea yea yea"를 남발하셨다. 나는 침대 높이를 낮추고, 할머니가 앉을 수 있도록 무릎을 낮추어 도와드리며, 양말을 신겨드렸다. 할머니가 "신발도 신겨줘"하셔서 나는 자연스럽게 신발도 신겨드리고 휠체어에 앉히는 작업을 도와드렸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할머니가 스스로 어느 정도 움직이실 수 있어 더 수월하게 도와드릴 수 있었다.
그 후에는 "할머니, 오늘은 무슨 블라우스 입으실 거예요?"라고 물으며 블라우스를 갈아입히고, 할머니는 "새 거야?"라고 물으셨다. 나는 "응, 새 거예요! 아주 예쁘고 잘 어울릴 거 같아요!"라고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블라우스를 입힌 후, 할머니가 갑자기 "You are doing good today, I love you"라고 말씀하시는데, 순간 내 마음이 뭉클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치매가 있으신 분들은 기분이 급변할 수 있지만, 할머니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니 정말 흐뭇했다. 할머니와의 소소한 대화, 환한 웃음을 보며 이 일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오늘도 잘했다!"는 칭찬 한 마디에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할머니를 식당에 데려다 드렸다.
그 후 다른 환자들을 쭉 둘러보고 있는데 저쪽 테이블에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인사를 못한 HCA들이 앉아있길래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 두 명은 친해 보였다.
"안녕! 나는 지나라고 해, 너네는 이름이 뭐야? 이름표가 없어서 인사할 시간도 없었어. 반가워!"라고 말했더니, 그중 한 명이 "나는 Madrin이야"라고 소개하며, "옆에 있는 애는 내 동생 Lovely야. 2살 차이 나고, 나는 일한 지 2년 됐고 얘도 나랑 같이 들어왔어"라고 설명해 주었다. Madrin은 나에게 "캐나다에 아는 사람 있어?"라고 물으며, 영주권은 있는지, 없으면 어떻게 따려고 하는지 물었고,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영주권 따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영주권 지원 안 해준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Madrin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매니저한테 물어봐서 이력서 내봐. 여기 몇몇 사람들도 파트타임으로 일 하면서 풀타임 잡 오퍼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해주었다. 정말 고마운 정보였다!
Madrin은 또 "전에 어떤 일 했었어?"라고 물었고, 내가 "토론토에서는 social worker로 일했었어"라고 하자, Madrin은 "MILEU FAMILY SERVICES에서 social worker 구인하는데, youth worker는 HCA보다 시급이 더 높아. 여기도 지원해 봐" 하며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었고 나는 "social worker보다는 HCA로 일을 할 거야 그래도 정보 고마워!'라고 했다.
오늘은 또 몸에 바르는 크림에 대해서 배웠다. 처음 다뤄보는 것이어서 살짝 떨렸지만, 간호사들이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서 실습을 도와주어 감사함을 느꼈다. 크림을 언제, 어떻게 발라야 하는지, 환자마다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지 배우면서 많은 것을 익혔다. 오늘 내가 담당하는 환자들을 모두 케어한 후, 크리스라는 인도계 남자 HCA가 Jim 할아버지를 돌보는 중에 도움이 필요해서, 나는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Jim 할아버지가 사용하는 연고들은 꽤 다양했는데, 그중 첫 번째로 나온 연고는 EPC(Extra Protective Cream)였다. 이 연고는 상처나 피부가 찢어졌을 때, 혹은 피가 나는 곳에 발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크림이 병원에서 제공하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 가족이 가져왔다는 것이다. 크리스가 할아버지에게 EPC 크림을 바르는 동안, 나는 사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다음은 실리콘 크림이었다. 이 크림은 상처나 수술 후 자국 위에 바르면 흉터가 생기는 걸 방지하고,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해 줬다. EPC 크림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보호하는 데 사용된다 반면 실리콘 크림은 주로 수술자국이나 상처부위에 발라 흉터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두 크림 모두 피부 보호에 사용되지만, 목적과 효과가 다르다는 걸 현장에서 직접 배우면서 확실히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 흔히 다 알고 있는 모이스처 크림이다. 이건 얼굴과 몸에 바르는 로션인데, 얼굴에 바를 때는 세안 후 피부가 약간 촉촉할 때 바르면 더 효과적이다. 크림을 손에 덜어 얼굴에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발라주고, 특히 건조한 부위가 있으면 그곳에 좀 더 신경 써서 발라주는 게 좋다고 한다. 몸에 바를 때도 샤워 후, 피부가 아직 살짝 습기 있는 상태에서 발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오늘은 크림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피부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복도에서 내가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데, 청소하는 아시안 여자가 나한테 "한국인이야?"라고 물어본다. 그래서 "응, 맞아." 라고 대답했더니 자기는 중국인이라고 하면서, "너네들 무슨 실습하는 중이야?"라고 묻는다. 내가 "HCA 실습하는 학생이야."라고 하니까, "HCAP(정부 보조 프로그램)이야?"라고 묻는다. 그래서 나는 "아니, 우리는 돈 내고 학교 다니고 있고, 무급으로 한 달 실습하는 중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학비 얼마야?"라고 물어본다. 내가 "만 불 정도야."라고 하니까,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와, 비싸다"라고 하길래 "왜? 너도 HCA에 관심 있어?"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아니, 관심은 없어"라고 했다. 그래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실습이 더 재미있어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또한 참 흥미롭다! 오늘은 내 담당 HCA가 이미 중국인 환자 샤워를 끝내 놓아서 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 일은 왈지 할머니의 BP 차트와 Flow sheet를 작성하는 게 다였다.
쉬는 시간에 물을 마시러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는데, 어제 잠깐 식당에서 봤던 Melody랑 마주쳤다. 뭔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같았는데, HCA는 아닌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물어봤다. "안녕, 멜로디! 또보네! 넌 여기서 어떤 일해?" 그랬더니, "나는 그냥 activity helper(행동 지원가)야. 사람들하고 얘기해 주는 일을 해. BCIT (캐나다 기술학교)에서 IT 졸업했는데 사실은 안정적인 직장 찾고 싶어서 이 일 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사실, Melody를 처음 봤을 땐 그냥 식당에서 환자들이랑 한가하게 노닥거리는 모습을 보고 '아, 그냥 편하게 일하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얘기 듣고 나니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구나 싶었다. IT 공부를 했지만, 결국 안정적인 직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니까, 사람마다 일하는 이유도 다 다른 것 같다.
나는 또 궁금한 게 생겨서 물어봤다. "여기서 full-time(정규직) 일하는 사람 시급 얼마야?" 그랬더니, "29불이야"라고 대답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분위기가 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때 LPN인 여자 애가 환자들에게 약을 먹이는지 물을 떠다 주고 있었는데, 나한테 "저기 물 좀 떠다 줄 수 있어?" 하고 부탁했다. 나는 흔쾌히 "알았어!" 하고 물을 떠다 줬다.
점심시간에는 음식은 부엌에서 일하는 팀원들이 갖다주고, 우리는 식탁에 음료를 세팅하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내 담당 환자들은 모두 혼자 먹을 수 있는 분들이라 다른 환자들을 먹여야 했다. 오늘 나는 인도계 할머니, Shirin을 맡게 되었다. 이 할머니는 말을 잘 안 하시고, 내 손을 꼭 잡고 "I love you"만 계속 말씀하셨다. 환자 정보 차트를 보니, 이 할머니는 평소에도 보통 많이 드시지 않는 분이었다.
그때, 남자 친구인 Saatwik은 중국인 할아버지를 먹이다가 자기를 자꾸 거부한다면서 중국인 할머니에게 갔는데 그 할머니도 거부한다면서 나를 보고 "내가 이 할머니 먹이면 안 될까?"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아마 중국할아버지는 여자들이 먹여주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 하고 웃으면서 말했더니, Saatwik도 웃으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어쨌든 나도 계속해서 Shirin 할머니 옆에서 Saatwik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가 먹이고 있는 인도계 할머니는 나를 싫어하지는 않아 보였지만, Saatwik이 힌디어로 "먹자" 하고 먹이니까, 나랑 있을 때보다 더 편한지 밥도 더 잘 먹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신기했다.
점심시간에 나는 왈지 할머니의 여동생을 만나 오늘 할머니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셨다고 전하면서, 할머니가 오늘 하루 상태가 좋아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여동생은 고마워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yea yea yea' 하는 건 알아듣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말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나는 여동생에게 내일 보자고 안아주고 1층 회의실로 내려갔다. 환자의 가족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의사들이 자기 환자가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얼마나 뿌듯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오늘 회의 시간에 나는 실습이 끝난 후에도 남아서 더 배울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점심시간에 전에 나한테 자기 담당 할아버지 면도를 맡긴 HCA가 "오후에 남아서 일하면 더 배울 게 많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웃으면서 "나중에 2차 실습에서는 오후에도 있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아침에 배울 게 많고, 요양시설처럼 바쁜 곳에서는 인솔자 없이 혼자 남아 있는 건 안 돼"라고 알려주셨다.
그 후, 오늘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리뷰하는 시간이 있었다. 인솔자는 나에게 "지나(내 이름)는 어제보다 훨씬 편해 보이고 자신감 있어 보여"라고 칭찬해 주셨다. 점심을 먹을 때에도 인솔자가 "일할 때 익숙해져가고 있는 것 같아"라고 했고 나는 "응, 어제보단 뭔가 나아졌어. 익숙해지면 이 일을 좋아할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인솔자가 웃었다.
그리고 중요한 피드백을 받았다. 클라이언트가 말을 잘 못한다고 해서 무심하게 대하지 말고, 자세히 설명하면서 케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크림을 바르고 바로 옷을 입히지 말고, 조금 말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셨다. 아직 간호 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셨지만, 간호지식을 알고 있으면 직업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다. 환자의 상태를 더 잘 파악하게 되고 요령껏 일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 다른 학생들에게 어떤 환자가 어깨 마사지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담당자는 "자기 업무 외에 환자가 부탁하는 일은 하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마사지도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이런 행동은 WSBC(Work SafeBC) 규칙에 어긋난다고 하셨다. 나는 자기 업무가 딱 정해져 있어서 그것만 하면 되는 점이 내가 캐나다에서 일하는 이유라고 생각했기에 이 부분은 아주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회의 중에는 팀워크에 대한 발표 시간이 있었다. Saatwik은 나를 보더니 자기가 나 대신 인도계 할머니 밥 먹는 것을 도와준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농담으로 "네가 도와줬다고?" 운을 떼며 반 친구들 앞에서 나를 도와준 Saatwik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Saatwik이 인도어로 그 할머니한테 말을 해서 그런지, Shirin 할머니가 나랑 있을 때보다 더 편해 보였고 성공적이었어!"라고 내 의견을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강사는 "맞아, 이게 팀워크의 일종이야, 잘했어!"라고 칭찬해 주었다. Saatwik이 담당한 중국인 할머니도 있었는데 다른 필리핀여자 HCA가 먹였을 때 더 잘 먹었다고 했다. 나는 "인도 왈지 할머니가 나한테 "사랑한다"라고 하면서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어. 실습 전에 인도할머니가 날 혹시 안 좋아하면 어쩌지 고민했던 부분은 작은 문제라는 걸 꺠달았어"라고 말하니 그 강사는 "환자가 자기 인종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다문화 국가인 캐나다에서는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인도 친구 몇 명도 사실 자기들도 일 시작하면 인도사람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내 의견에 공감했다. 어쨌든 이런 인종적 부분도 고려해서 팀워크의 일환으로 적용해서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또한, 남자 환자들이 남자 HCA가 밥 먹여줄 때는 짜증내거나 잘 안 먹고, 여자 HCA가 먹여줄 때 좋아하면서 잘 먹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남자가 여자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이걸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가볍게 생각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자주 쓰는 약어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의료 직군에서 일할 때는 약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하는데, HCA로서 알아야 할 주요 약어들을 테스트했다. 예를 들어, BID는 "하루 두 번"이라는 뜻이다. 테스트 중, BID가 뭐냐는 강사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BACON IS DELICIOUS라는 뜻이야 (베이컨은 맛있다)"라고 장난을 쳤고, 모두 웃음이 터졌다. "수업 끝나기 전에 너네들 웃게 해 주려고 일부러 장난친 거야!"라고 말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테스트 후, 강사는 우리들에게 "일을 할 때 약어는 시설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자주 쓰이는 약어들을 꼭 숙지하라"라고 강조했다.
오늘로 1주 차 실습이 끝났는데, 전반적으로 HCA가 하는 일들을 많이 해볼 수 있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 대해서, 그리고 시설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실습하는 곳의 구인 정보도 알게 되었으니, 5일 동안 했던 실습이 아주 유익한 수확이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