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보다 무거운 건 내 눈꺼풀
어제는 인스트럭터 선생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수업이 취소되었고, 하루를 온전히 쉴 수 있었다. 오랜만에 푹 쉬어서 좋았지만, 오늘 아침엔 다시 나가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실습장에 도착하니 금방 익숙해졌고,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아침 회의 시간에는 이번 주에 배우게 될 앉은 자세에서 일으켜 세우는 리프트(sit-to-stand lift)와 천장 리프트(ceiling lift)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단답형 시험도 보았다.
아침 7시, 첫 번째로 맡은 어르신인 Walji 할머니 방에 들어가자, “Sister, sister, 나 도와주러 왔어?” 하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할머니를 식사하실 수 있도록 식당으로 모셔드렸고, 이제는 아침 돌봄 루틴이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도와드릴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담당한 어르신은 Hirji 할머니였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할 때 앉은 자세 리프트(sit-to-stand lift)를 사용해야 해서, 담당 HCA인 Rowena에게 방법을 배웠다. 이 할머니는 틀니를 사용하시고, 보석과 색칠공부(컬러링북)를 좋아하시는 멋진 분이었다.
점심시간에는 바나나를 스스로 잘라 드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큰 조각보다 작은 조각으로 드리면 더 잘 드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 번째는 전날 식사를 도와드렸던 Shirin 할머니였다.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셔서 항상 휠체어 안전벨트(seat belt)를 착용하고 계신다. 보통은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걸지만, 이 할머니는 자유롭게 이동하실 수 있도록 브레이크를 풀어 준다고 했다. 어르신의 개별 상황에 맞춰 조정하는 돌봄의 중요성을 느꼈다.
점심시간에 Walji 할머니가 빵에 손을 대지 않으셔서 “왜 안 드세요, 할머니?” 하고 여쭈었더니, “딸기잼 발라줘” 하셨다. 여섯 조각 모두 잼을 발라드리자 “고마워” 하시며 드시기 시작하셨다. 귀엽고 까다로운, 정이 가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다른 어르신들과도 소소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Menullia 할머니는 새로 칠한 분홍색 손톱을 자랑하시며 “분홍은 싫은데 간호사가 해줬어” 하셨고, “그래도 반짝반짝 예뻐요”라고 말씀드리자 웃으셨다. 마음은 모두 소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케어가 끝난 뒤, Rowena와 함께 Ming 할아버지를 도왔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분이라 침대에서 모든 케어를 해드려야 했고, 나는 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아드리는 침대 목욕(bed bath)을 해드렸다. Rowena는 “일을 할 땐 빠르게 끝내는 게 중요해"라고 조언했고, 너무 신중하면 오히려 지연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케어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처음 보는 중국 여성분이 방에 들어오셨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의 따님이었고, 플라스틱 주사기(plastic syringe)로 묽은 수프를 위장 튜브(feeding tube)에 주입하고 계셨다. 신기해서 물어보니 “아빠가 수프 좋아하셔서 이렇게 먹이고 있어요”라고 하셨다. 처음 보는 광경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때 갑자기 옆방에서 큰 알람이 울렸고, 다른 HCA가 가서 확인 좀 해줘” 해서 Rowena와 함께 급히 달려갔다. 한 어르신이 침대에서 떨어지신 상황이었고, 리프팅 장비(lift device)를 사용해 침대로 다시 모셔드렸다. 알림 시스템(alert system)과 언제든 호출할 수 있는 콜벨(call bell)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점심시간에는 내가 맡은 어르신들이 모두 혼자 식사하실 수 있어서, 나는 음료 서빙을 도왔다. 함께 일한 흑인 요양보호사는 어르신들의 음료 취향을 모두 외우고 있어서 놀라웠고, “3년 일했더니 자연스럽게 외워졌어”라는 말에 경력의 힘을 느꼈다. 알고 보니 그는 영화학교를 준비 중이라고 했고, 전혀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멋졌다.
점심 이후에는 Rowena와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미 손주까지 있는 할머니셨다. 아이를 키운 경험이 요양일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될 날을 상상해 보았다. 멜로디와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졌고, 스페인계 캐나다인 약혼자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멜로디는 겉보기엔 강한 이미지였지만, 내면은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오늘은 특히 앉은 자세 리프트(sit-to-stand lift) 사용 시 주의할 점을 많이 배웠다.
1. 필요한 물품을 미리 준비해 두기
2. 어르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신감 있게 빠르게 움직이기
아직 기계 사용이 익숙하지 않지만, 반복해서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마지막 회의 시간에는 하루를 돌아보며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Walji 할머니가 자꾸 ‘Sister’라고 불러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잘 도와드리고 있다는 뜻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Hirji 할머니와 함께 일할 날이 기대돼요.”라고 덧붙였다.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고, 한 걸음 성장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