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유학생이 되었다

실습탈락, 현실을 마주하다

by K 엔젤


중간고사를 보면 독립적으로 입소자들을 케어하게 된다. 이제 이 힘든 실습이 다음 주면 끝이라는 생각에 좀처럼 흥분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실습이 끝나고 강사가 나를 불렀다.


"지나야 너는 아직도 안전수칙에서 약간 미숙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중간고사를 볼 수 없게 되었어."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아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잘하고 있다고 많은 발전을 했다고 칭찬받았는데 도대체 왜?


"다른 애들도 너처럼 내가 보고 있으면 긴장해서 실수는 해.

모두가 완벽하지 않고 나도 학생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기대할 수도 없고 기대하지도 않아. 하지만 너는 제일 중요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고 여전히 break 사용하고 Sling 거는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자연스럽지 않아. 이렇게 되면 의료분야에서 일 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힘들 수가 있어. 너를 통과시켜줬는데 만약 어디서 문제라도 생기면 내 간호사 자격증도 박탈될 수 있어."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1대 1 상담시간에 강사에게 내일 시험만큼은 보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중간고사에서 내 실력을 보여줄 테니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강사는 차갑게 말했다. “중간고사 때 내가 더 깐깐하게 볼 거야. 네가 더 긴장하면 오히려 시험 통과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강사는 자신도 확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자기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판단하는 거라고 한다. 대신 수업이 끝나고 학교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하겠다고 했고, 답이 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제 학교에서 괜찮다고 하면 내일 시험을 볼 수 있는 거고, 만약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실습 자체에서 낙제 처리될 수도 있다고 한다. 오 마이 갓. 내 운명은 학교 학과장과 하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제발 좋은 쪽으로 흘러가길 바라게 기도하는 것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강사에게서 받은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I am sorry to say this Xina. You don't need to come to practicum tomorrow. You are pulled out from the clinical. You and your coordinator will have a meeting to discuss next step. I wish you all the best"


(이런 말을 전해야 해서 유감이지만, 내일 실습에는 오지 않아도 돼. 너는 현재 실습에서 제외된 상태야. 앞으로의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 위해 코디네이터가 너랑 미팅을 가지게 될 거야.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라)


미국은 유학생에게 자비가 없다고 쳐도 캐나다도 학생을 이렇게 탈락시키는구나 싶었다. 그것도 시험을 하루 앞두고 , 실습 종료 일주일 앞두고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릴 줄은 몰랐다. 이미 다 온 듯했는데 충격이 너무 컸다. 그 문자를 받고 몇 시간을 그냥 멍하게 있었다.


생각해 보면 실습하면서 너무 많은 걸 고민했다. 이게 맞나, 저건 틀렸나, 자꾸 머릿속에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냥 배우고 따라가면 되는 건데, 괜히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거기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많이 생각하면 손해는 결국 나 혼자 본다. 내 안에 있는 이상적인 이미지, 완벽하려는 마음을 놓지 않으면 결국 캐나다 생활은 실패로 끝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이런 일이 생기나 싶었다.


침대에 걸터앉아서 이제 어떡하지’ 하고 앉아 있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이민 컨설턴트한테서 연락이 왔다. 원래 실습은 실제보다 더 어렵다며 홈서포트에서 일하는 분을 아는데 BC 자격증만 있으면 연결해 줄 수 있다고 하니 자격증 따면 자기한테 바로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 말이 너무 위로가 됐다. 순간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솔직히 실습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입소자들을 상대하는 게 꽤 지쳤다. 몸도 많이 지쳐 있었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눈물 한 방울 흘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오히려 초반에 실수하고 매 맞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증 따고 나서 현장에서 실수해서 자리를 잃는 것보다는, 지금 이렇게 무너지고 다시 시작하는 게 더 낫다.


솔직히 말하면 Taran도 원망스럽고, 깐깐한 강사도 얄밉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어쩌면 앞으로 일터에서 이보다 더한 사람들을 마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이쯤은 약과라는 마음이 들고, 괜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월요일에 학교 코디네이터랑 미팅이 있다. 솔직히 학교가 나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 불안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너진 기분이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어떻게 결과가 날지는 모르지만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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