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다시 미생. 배운게 도둑질.
더더더 좋은 것, 더더더 새로운 것.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멈추지 못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 성향 덕분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편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저는 억울하고 허탈한 기분에 자주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속도를 맞춰주며 함께 걸어가는 리더와는 오래 함께할 수 있었지만, 제 열정을 소모품처럼 쓰려는 리더와 함께할 때는 금세 바싹 말라버렸습니다. 결국 스스로 퇴사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빠진 자리는 곧 또 다른 누군가로 채워졌고, 조직은 여전히 굴러갔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힘들었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저의 재미와 만족을 위해 달렸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과도하게 몰아붙였기 때문입니다.
육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학원 숙제를 미루다가 잠자리에 눕기 직전에 울상이 되고, 학교 준비물을 깜빡해 아침에 허둥지둥하며 찡찡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도 마음이 급해지고 불안해지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든 넘어가더군요.
숙제는 결국 제출하게 되고, 준비물은 친구와 나누어 쓰거나 선생님이 한두번은 이해해 주십니다.
조금 허술해 보여도 결국 육아도 굴러갑니다.
엄마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가두어 놓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일터에서는 뒤처지기 싫어 안간힘을 썼습니다. 열심히 했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는 속상함이 몰려왔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습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사회적 구성원이라는 사실을요.
이 단순한 진실을 인정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조금 내려놓으면 곧바로 성과 압박이 따라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만이 고개를 들고, 연봉 인상 폭이 기대에 못 미치면 다시금 억울함이 솟았습니다.
하지만 또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이 자리도,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요.
육아도, 회사도 완벽하지 않아도 결국 돌아갑니다.
아이가 준비물을 빼먹고 찡찡거려도 다음 날 또 학교에 가듯, 제가 하루쯤 툴툴대도 회사 일은 또 굴러갑니다.
‘내가 빠지면 멈출 거야’라는 착각이 오히려 저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자존감은 필요하지만, 자만심은 위험합니다.
조직 생활이 괴로운 것은 ‘나는 특별하다’는 믿음이 인정받지 못할 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나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그래도 결국 굴러간다.
이 마음가짐이야말로, 회사에서도, 육아에서도 꾸준히 버틸 힘을 줍니다.
툴툴대며 시작한 하루지만, 그래도 저는 다시 일을 합니다.
아이가 숙제를 미루고 투덜거리다 결국 해내듯,
회사도 육아도 결국은 그렇게 굴러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