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40대에도 길을 찾지 못했을까

Part 3. 40대 중반. 다시 리셋

by 마포바게뜨

나는 왜 40대에도 길을 찾지 못했을까?


40대 중반이 되면 커리어와 인생의 경로가 명확하게 보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AI가 도입되면서 주니어 채용은 줄었고, 저는 흰머리를 늘려가며 여전히 문서 작업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20~30대 후배들은 작은 도움에도 고마움을 표현하며, 상사에게는 차마 하지 못할 이야기까지 제게는 옆집 언니 대하듯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들의 투정을 제가 들어주고 있노라면 이들과 같이 밥을 먹어주지 말아야겠다. 좀 어려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반면 40대 후반~50대 이상의 임원들은 여전히 실적 압박과 찍어누르기에만 매달립니다. 골프 영업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이 바닥에서, 그들은 실무를 회피하거나 아예 손을 놓은 채 클라이언트 핑계를 대며 골프 치느라 힘들었다는 등의 이유로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자리는 회피한뒤, 정작 결과가 안 좋으면 무서운 얼굴로 압박을 이어갑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습니다.


매일 고군분투하면서도, 정작 영업력을 키울 수 있는 자리에서는 배제되고 뒤에서는 ‘문서 공장’처럼 활용되는 현실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어 능력을 키우고, 여러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정말 그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내가 좀 더 안정적으로 이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힘을 빼고 가보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니 일상이 너무 재미없었습니다. 다들 일을 하기 싫어하는 조직 문화 속에서 저만 힘을 빼면 금세 무기력에 잠식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애 낳기 전 숨 쉴 틈 없었던 성과 지향 문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조금은 낫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합리화합니다.


그래, 그래도 지금이 그때보다는 낫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저는 어찌저찌 40대를 월급쟁이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50대의 저는 어떨까요. 누군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매일을 살아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희미해졌습니다.


40대 중반에도 여전히 저는 커리어 방황 중입니다. 한 직장에서 수십 년을 버티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아마 그들은 버티기 전략, 싸우기 전략, 물어뜯기 전략, 숨 안 쉬기 전략… 모든 것을 총동원했을 것입니다.


오래 남는다는 건 결국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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