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다시 미생. 배운게 도둑질.
경단녀에서 조직으로 복귀한 지도 몇 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엔 ‘6개월만 버텨보자’는 마음이었죠.
‘아깝게 퇴직금은 받고 나가야지’ 하며 1년을 채워보기도 하고,
‘경력이라도 쌓으려면 최소 3년은 있어야지’라는 다짐으로 또 한 해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매년 눈앞의 시간만 바라보며 버티다 보니, 어느새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매일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다 보니 일이 손에 익는다기보다, 조직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눈치 게임을 배우고, 기대치를 낮추고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며 불안감을 조율해 온 것 같습니다.
가끔 너무 일이 하기 싫을 때는 ‘이 경험으로 분명 배우는 게 있겠지’라며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걸며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말의 힘을 믿으며, 셀프 정신 승리로 버틴 셈이죠.
그런데 며칠 전, 누가 봐도 제게 주어진 일임이 분명한 메일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의 업무량이 제게는 적당했는데, 조직은 늘 그 위에 무언가를 더 얹어야 월급만큼의 몫을 한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예전 같으면 ‘3일만 집중하면 된다’며 마음을 다잡았을 텐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전혀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도 더 이상 힘이 되지 않더군요. 번아웃을 막으려고 운동도 하고, 동네 엄마들과 수다도 떨고, 여행으로 환기도 시켜가며 나름 균형을 맞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너무 하기 싫은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마침 얼마 전 사주를 봤는데, 저는 60살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더군요. 그 이후에는 편하대요. 그런데 솔직히 이 바닥에서 60까지 버틸 자신은 없었습니다. 전직을 생각해보지만, 다른 길이라고 해서 쉬울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 머릿속은 더 복잡해집니다.
대출금과 아이 학원비를 생각하면 남편 혼자 벌게 둘 수도 없고, 나이는 들어가고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회사에서는 여전히 젊은 친구들과 맞부딪히며 쉽지 않은 나날이 이어집니다.
요즘 같은 기분에는 좋은 말, 예쁜 말도 공허하게 들립니다. ‘세상물정 모르고 이쁘게만 말해 뭐하나, 일이 되게 해야지…’라는 꼬인 마음으로 들릴 때도 많습니다.
셀프 정신 승리.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닌 거 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