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둘은 근처의 카페로 갔다.
“그 개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인간은 너무 잔인한 것 같아요. 그 아이들 보세요. 그 잔혹한 주인을 보자 주인이라고 꼬리 치며 달려갔잖아요.” 되뇌기 싫은 메스꺼움을 가짐과 동시에 강한 동의를 찾으려는 듯 송이가 말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이가 자신 앞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며 또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이 남자는 얼마나 듬직한 존재인가를 느끼며.
“도망간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 애는 왜 다른 아이들처럼 주인에게 안 갔을까요?” 송이가 질문에 대답을 기다림 없이 다른 것을 궁금해하며 물었다. 물론 송이도 자신의 질문에 정답을 찾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 굳이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는 답을 찾아가기 싫었다.
“아마, 그 아이는 늦게 그 우리에 들어간 애일 것 같아요. 그 애는 비교적 초점 있는 눈동자도 있었고, 주인의 잔인한 대우에 애정을 느끼거나 길들여지지 않아서, 바로 도망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민호가 비교적 확신에 찬 듯한 투로 말했다.
민호가 계속해서 말했다. “오래전에 누군가가 저한테 물었어요.
'동물들도 행복을 알거나 느낄까?'라고". 저는 그때 아무 주저함 없이 바로 답해 줬지요.
'불행이라는 것을 모르니까, 행복이라는 것도 알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저는 그 대답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어요.
어릴 적에 애완동물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그들의 상황과 환경에 대한 반응. 분명 인간만큼 다채롭거나 다양하지 않지만, 그들은 자극에 대한 생각과 판단과 감정들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제 자신의 경험에서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알 수 있잖아요.
그들은 실로 인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기쁨이 있고 슬픔이 있고, 기다림이 있고 상실의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어요. 죽은 주인의 무덤가에서 우는 애완견. 동물 병원에 간 이후로 삐져서 한동안 주인 눈도 안 마주치는 개와 고양이. 실수해서 혼날까 봐 행동이 갑자기 조심스러워지는 녀석들. 동물들이기보다는 어린 갓난아이 같지 않은 가요? 동물적 반응 이상의 주인과의 강렬한 교감과 정서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차마 이 말을 꺼내기 싫었지만, 민호는 자신이 주장에 큰 산과 같은 확신을 더 하려 다음과 같은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어렸을 적에 시골 친척 집에 갔다가 동네 길에서 한 자그마한 개가 목줄에 끌려 한 무리의 아저씨들한테 끌려가는 것을 보았어요. 강아지는 아니었지만 작고 털이 복실거리는 귀여운 녀석이었어요. 그 개는 가기 싫어 몸을 뒤로 힘차게 빼고 있었지만, 꼬리는 계속 좌우로 흔들고 있었어요. 깽깽 소리는 내는 도중에 가끔은 마지못해 가려는 듯한 몸 짓도 보였고.
순간 알아차렸죠, 그 무리 중에 주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 주인은 얼굴이 시뻘거진 채, 그 개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그 개는 반갑게 주인한테 달려 안기려는 듯 잠깐 앞 발을 내딜려다가 멈추곤 했었어요. 가기 싫다고, 어디로 가는지 안다고, 애원하듯이 깽깽 소리를 지르며… 그 무리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부끄러워서인지 주변인들의 시선에 얼굴들이 빨개져 있었고 곤혹스러운 표정들이었지요. 그러나 그들은 계속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려는 듯 계속 그 개의 이름을 부르며 목줄을 당기고 있었…”
“그만! 이제 더 안 들을래요!”
귀에 양손을 갖다 대기도 전에 송이는 소리쳐 민호의 말을 막았다.
“미, 미안해요…” 민호는 눈물까지 고인 송이의 눈을 보자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낸 것을 크게 후회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는 한 동안 감정을 정리할 적막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민호의 달아오른 얼굴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민호에게 온 인생을 달려온 듯한 시간이 지난 즈음에, 송이가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저는 신을 안 믿지만, 그래도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 세상에 공평한 심판관으로서 말이에요. 양심의 긴장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생명에 대한 경의 없이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살아가는 기계적인 사람들, 그리고 양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저버리고 정치적이거나 자기의 유익을 위해 판단을 하는 판사들을 정의롭고 공정한 재판관이 되어 혼 좀 내주셨으면 해서요.”
“왜 세상은 이렇게 모순적이죠?”
민호가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상투적이고 오래된 철학적인 질문 같은 말이 송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세상은 좀 더 편안해지고 편리해지지만, 사람들의 의식마저 편리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러는 동시에 불편의 대상은 과감히 삭제되어 가는. 뭔가 깊고 진실된 것들은 많은 불편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도외시당하는 것 같아요. 생명이며 진실이며 진정한 것 등등…”
송이는 이제 막되어 먹은 세상에 돌들을 마구 던질 동기가 부여된 듯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물론 개인 간의 분쟁이라던가 어떤 것을 동정하는 것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매우 희귀해진 일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자신의 애완동물에 애정을 줄 필요가 없이 잘 만들어진 펫토이드의 반응을 즐기면 될 뿐이잖아요.
휴머노이드와 데이트를 하는 것들 말이에요. 우리도 종종 거리에서 보잖아요. 돈이 많은 사람들이 동작이 다소 어색한 휴머노이드와 데이트를 하는 것 말이에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인공물에 스스로 생각하는 애정이라는 옷을 덧입혀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치 편리와 편안함이 모든 귀찮고 말썽이 많은 것들을 없애 버리자 기분 좋은 감정들이 애정의 옷들을 빌려 입고 찾아오는…”
민호가 좋은 예가 떠올라 이 때다 싶어 송이의 말을 받았다.
“교사인 친구가 그러는데, 초등학교 모든 교실에서 아이들이 각자의 펫토이드를 갖고 등교한데요. 자랑하고 비교하고 심지어 교환까지 하는. 수업 시간에는 버튼 하나로 모든 애완로봇들을 잠재운데요. 간혹 값비싼 애완로봇을 갖고 온 경우는 모든 아이들이 이 펫토이드의 다채로운 반응과 실제감에 놀라워하고 즐거워하며 몰려든다는군요. 실제 동물보다도 더 지능이 높고 감정 표현도 인간에 가까우니 사실, 새로운 동물 종이 생긴 것 같다고 하네요. 인간과 동물 중간의.”
지금은 처음 만남이 아닌가. 그들의 주된 관심은 서로에게 있었지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주고받는 대화의 시간이 무척이나 아깝게 느껴지고 있었지만, 둘 다 섣불리 앞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말았다. 사실 둘은 다들 서른 중반이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