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각기 워크숍과 모임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어느 날 화사한 햇살 속의 거리를 같이 걸었다.
깨끗한 거리 주변에 가끔씩 조잡하게 만들어진 벽보나 배너들이 눈에 띄었다. 물론 불법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니 어느 집단은 이 일을 하고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심지어 목숨을 내 걸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진실된 생명과 사랑 추구”
“애완동물 유기 중단!”.
심지어,
“겉만 치중하지 말고 숨은 진실을 보라! “ 등 등.
어느 정도 세력이기보다는 작은 단체나 모임 정도에서 하고 있으며, 나름의 꼿꼿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기로 한 사람들.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탐닉되어 가는 세계를 비판하며 진실과 순수를 지향하는 자들. 생명의 순수함과 진실의 고귀함을 묵묵히 삶에 가져가는 사람들. 그래서 펫토이드들을 안 들이고 정말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자신의 얼굴과 피부를 인공의 것으로 씌우지 않고 자연미를 추구하는 사람들. 인간성의 추락과 퇴폐에 반기를 드는 지식인들. 생명과 사랑을 추구하는 교회들 등이 이러한 부류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엄청난 힘으로 마침내 새로운 권력에까지 이른 상업자본주의 때문에 구체화되고 체계적인 전지구적 진동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지속적이었다. 결코 끊어질 것 같지 않은.
조용한 대화가 보폭 위로 쌓아갈 즈음에 민호와 송이의 발걸음을 가로막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가 무엇인가 전단지를 건네주었다. 디지털로 하는 모든 불법 광고는 자연스럽게 필터링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단지에는 다소 끔찍한 사진이 있었다.
송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민호가 들고 있는 전단지로부터 돌렸다.
유기되어 뼈만 남은 강아지, 심하게 유린당한 고양이, 그리고 도살된 채 숲에 버려진 동물들… 밑에는 “생명 존중”, “살아있는 동물 보호” 같은 글귀들이 적혀 있는 듯했다. 민호 역시 사진이 충격스럽고 글귀가 어떤 것들인지 짐작이 가 구체적으로 읽지 않았다.
민호는 놀란 송이의 눈을 피해 얼른 전단지를 여러 번 접어서 주머니 속에 넣었다. 한편, 민호는 송이가 굉장히 놀라는 한편 지속적으로 몸을 떨며 심지어 눈물까지 보이는 것이 놀라웠다. 순간 민호는 일전에 카페에서 있었던 송이의 반응이 생각났다. 민호는 송이가 걱정이 되면서도 송이가 같은 또래의 여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조심스레 의식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