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있었다. 그를 보고 있었다. 회사 워크숍 중에 주차장에 세워 둔 차로 가려는 순간, 멀리서 송이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어떤 무리와 섞여 어디론가 이동 중인 것 같았지만, 그녀의 시선도 민호를 알아보는 듯했다. 민호도 송이가 그때 그 개 트레일러 주위에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녀가 수줍은 듯했지만, 따스했고 신비스러운 미소를 띄워 보내고 있었다. 민호도 자신도 모르게 알 듯했지만 또 스스로 왜 그런지 모르는 미소로 답했다.
송이의 미소는 초고해상도의 카메라로 찍혀서 선명하게 민호의 마음속에 각인되고 말았다.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아주 특별한. 그리고 그 특별함이 자신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송이는 민호의 그러한 행동 자체에 수많은 상을 수여하고 있었다.
감동과 감사와 그런 용기에 대한 동경심. 거기까지였다면 일반적인 것이었겠지만 그것들은 더 나아가 사람 자체에 대한 기말 성적표를 부여하고 말았다. 그것까지도 용납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다름 아닌 일급비밀 파일 속에 내장되고 말았다. 본인이 스스로 꺼내 처리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어느 외딴 휴양지에 서로 다른 목적으로 있었던 그들에게 그 시간과 공간은 강하게 수축된 한 점이 되어버린 채,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우겨 놓고 있었다.
생각의 깊이와 성숙함의 정도가 밖으로까지 뿜어져 나오는 듯, 기품 있어 보이는 머리는 어깨선을 침범하고 있지 않았다. 다른 이의 시선에 민감해하지 않을 것 같은 평상의 옷 같지만, 색을 생생하게 유지하는 흰색과 파란색 체크무늬 남방은 청바지 허리춤을 가리고 있었다.
소매를 팔뚝 높은 위치에까지,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규격 있게 접어 올렸고, 소매 아래로 드러난 매끈한 두 팔이 햇살에 반사되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보통 여자들이 앉아 있을 때 다리를 모으는 것과 달리 벌려 앉은 채로 두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양손을 깍지를 낀 채 허리를 굽혀 앉아 있었다. 보이시(boyish) 해 보이지만, 뭔가 이지적인 매력이 풍겼다. 특별함 같은 것이 덤으로 이어졌다. 적어도 민호한테는.
벤치가 아닌 옆의 다듬어진 정원석 같은 바위 위에 앉은 그녀를 길 건너서 바라보고 있던 민호의 시선을 가로채며 송이도 조용히 고개를 살짝 숙이는 동시에 눈인사를 보냈다.
‘이제는 뭔가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은가?’
생각에 답을 제공하지 않은 채, 민호는 무심한 척 횡단보도조차 그려져 있지 않은 길을 건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