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어가며 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지나치게 된 빅데이터 지식 센터거리.
특정 부문의 고급 지식과 미래 정보센터라 불리는 큰 샾들이 있었고 그 사이를 마치 큰 나무들 주위로 빼꼼히 삐져나온 버섯들 같이 작은 운세집들이 있었다.
이 지식 센터들은 AI기술을 이용하여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체들의 정보를 축적한 후 특정 개체의 미래를 동일 개체의 비슷한 사례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었다. 주식이나 입시생의 진학과 합격 여부등도 예측되고 있다. AI를 바탕으로 한 만능 지식은 핸드폰 앱으로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용되고 있으나, 좀 더 고급기술인 정밀 지식과 예측 서비스는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이러한 센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이용료도 비쌌다.
그 사이를 사람들의 경박한 심리를 이용한 운세집들이 이를 모방하여 성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도 과학 기술의 시대에도 말이다. 고급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 엉터리였지만, AI를 바탕으로 한다는 선전은 빼놓지 않고 있었다. 연애운, 출세운, 시험운… 과학 기술은 진보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심리는 여전히 시간의 흐름을 좇고 있지 않는 듯했다.
송이가 재밌다는 듯이 그중 한 미래 지식 센터에 한 번 들어가 보자고 했다. 민호는 괜히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망설였다. 그러다가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 장난기가 떠올라 결국 해보기로 했다. 송이도 자신과 같은 것을 생각하고 그랬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그랬길 바랬다. 어쨌든 일은 시작되었다.
“이런 AI를 바탕으로 한 예측기술은 아주 고급인 경우 미래를 50.09%로 예측한다네요. 정확한 예측이 부정확한 것보다 높잖아요.” 송이가 말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생각해 보세요. 50.09%의 이익과 나머지 그러니까 계산해 보면…49.91%가 나오네요. 그러한 손실의 확률을 갖고 일확천금을 투자하면 그 차이의 확률로 이익을 엄청 낼 수 있다는 거죠.”
뭔가 남은 잘 모르고 자신은 잘 알고 있는 듯한 은근한 자부심을 갖고 얘기를 계속해 나갔다.
민호도 그렇게 들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접근을 일반인에게 제한하는 법과 규정도 어느 정도 시행되고 있다는 것도.
재미 이상이 아닌 특정된 뭔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주 비싼 비용을 주고 뭔가를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AI운운하는 점집은 더욱 들어가기 싫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술적 접근을 하는 것 같으며 적당한 비용을 요구하는 한 지식 센터로 들어갔다.
중앙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급스러운 넓은 홀 주위로 다른 출입문들이 나타났다.
각 출입문은 각기 전문분야를 갖고 있었다. 둘은 그중 ‘인간관계/Human Relationship’ 전문분야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지 이전에 둘은 다소 어린애들 같은 투정과 장난과 언쟁이 있었다. 여기를 가냐 저기를 가냐. 그러나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둘은 이곳에 가자고 결론을 보았다.
이윽고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펭수!!”
지휘자도 없었지만, 둘 다 정확히 같은 순간에 소리가 맞춰져 나왔다.
정말 펭수가 앉아 있었다. 오래전 아주 어릴 때 보았던 펭수.
“안녕하세요, 용한 펭수트라다무스입니다. 줄여서 펭스라고 하죠.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목소리도 똑같았다. 어릴 때 들었던 그 귀엽고 약간 펭펭한 목소리.
이전과 다른 점은 얼굴에 점을 많이 그려 놓았다. 진짜 점쟁이가 되었다.
“캐릭터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여기서 활약하고 있었네”
민호가 호기심에 젖은 말을 내뱉었다.
“아, 다들 그렇게 말하세요. 저는 우리 펭수 아빠의 아들이에요. 아버지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캐릭터에 비싼 로열티를 주어가며 살렸어요.”
근거 없었지만 재밌었다. 역시 펭수다운. 그런데 어떻게. 아니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요즘은 죽은 사람의 목소리도 정확히 재현해 내고 있지 않은가.
펭수의 캐릭터는 꽤 인기 있었지만, AI로봇 동물과 외계생명체 캐릭터들의 출현으로 금세 잊히고 말았다.
“처음 오시는 분들을 위해 보너스로 한 번에 세 개까지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복잡한 데이터 입력은 필요 없습니다. 저는 새로운 기술을 써서 답을 냅니다.” 펭스가 말했다.
“송이씨가 나를 사랑하나요?”
민호가 짓궂게 거침없이 물었다. 송이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도 볼 겸.
민호의 돌직구에 송이가 적잖이 당황했지만 센스 있게 되받아쳤다.
“그래, 펭스야 맞춰봐? 빨리.”
어린아이 같이 보채는 송이의 모습이 무척 귀엽다고 민호는 느꼈다.
“어떻게 하는 거냐면요. 거짓말 탐지기 같은 건데 그것보다 더 정확하죠. 제 눈을 똑바로 응시하시면서 “나는 누구를 사랑한다”라고 말하시면 돼요.”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좋아한다고 하면 안 될까?” 송이가 거부감 있게 물었다.
“겨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려고 여기에 오신 건 아니겠죠? 두 분 방금 처음 만나시는 분 들이신가요?” 펭스는 영리했다.
송이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민망했지만 자기가 먼저 오자고 했지 않은가.
펭스의 그 윤기 나는 검고 큰 눈을 응시하면서 이윽고…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는 민호씨를 사랑한다.”
둘의 관계는 사실 알 수 없는 관계다. 아직까지 정확한 좌표가 매겨지지 않은. 좋아하는 감정이 이상이라는 것을 둘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연인적 사랑으로 까지 가기에는 뭔지 모를 장애가 있는 듯했다.
그러한 장애를 의식하는 입장에서 한쪽은 인내가 마침내 결과를 이끌 것이라는 희망을, 다른 한쪽은 자신도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것이라는 절망을 갖고 있었다. 그 둘이 이러한 것을 공유하기에는 여전히 시간의 성숙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관계는 결과가 어떠하든 그것에 도달하기까지 그들에게 많은 상처와 갈등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끝내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저들은 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상대에게 조급하게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기를 아니면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아주 짧지도 좀 기다렸다고 생각되지도 않은 시간이 흐른 후,
“네 송이님은 민호님을 사랑합니다.”
순간 몰래 먹고 있던 빵을 들킨냥 당황했지만,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와 진짜 용하네. 자 그럼 이번 민호씨가 해 봐요?”
이 순간 이곳을 벗어나면 승리는 자신의 것이 되었겠지만, 두고두고 송이한테 욕먹을 것이 분명하다고 민호는 생각했다.
민호도 펭스의 눈을 쳐다보며,
“나는 송이씨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송이가 재빨리 고개들 돌려 민호를 쳐다보았다.
펭스는 둘 사이에 개입을 전혀 하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둥 자신의 일을 계속했다.
몇 초간의 정적이 있은 후, 어디선지 알 수 없는 펭스 뒤편에서 뿅망치가 나와 민호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아야!!”
비명은 아픔이라기보다는 펭스의 반응에 대한 것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하하하!”
송이는 상황의 우스움과 함께 뭔가 대단한 승리를 얻은 듯 웃음을 참지 못해 큰 소리로 내고 웃고 말았다.
“그럼 우리 중에 누가 더 상대를 좋아하지?”
송이가 대뜸 펭스에게 물었다. 민호의 얼굴이 붉어진 상태에서 둘은 팽스의 두 눈으로 급격히 집중이 되었다.
펭스는 바로 답하는 대신 민호와 송이로 하여금 자기의 눈을 움직이지 말고 보라고 했다.
송이와 민호는 각각 자신들의 눈을 펭스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노려보듯 응시했다. 펭스의 각 한쪽 눈이 송이와 민호의 눈으로 향하며 급기야 사팔이 되고 말았다. 민호와 송이는 그것이 우스워 몸을 키득거릴 수밖에 없었지만, 최대한 냉정하며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다른 데서는 데이터 입력의 작업을 하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별로 정확지 않아요. 저는 사람 동공의 미세한 움직임과 눈물액의 변화를 보죠. 사람들은 감정에 따라 이것들의 미세한 변화를 보이죠. 저는 그것을 탐지해 냅니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예측 기술의 메커니즘을 펭스가 설명한 내용이었다.
들어 본 얘기였다. 요즘은 거짓말 탐지기처럼 실제 이러한 것이 과학수사에 응용되고 있었다.
펭스의 눈을 들여다보는 잠깐 동안, 어디선가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전의 것들보다 결과가 다소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이윽고, 펭스가 입을 열었다.
“남자분이 더 좋아하고 있네~~”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펭스가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펭스의 답변에 민호가 긴장되었던 눈을 풀며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부끄러운 것이 들킨 것처럼. 그러나 역시 센스를 발현할 필요가 있었다.
“어! 어떻게 알았지?”
“그러면 송이씨! 송이씨는 제가 송이씨를 좋아하는 것보다 저를 덜 좋아하시는 건가요?”
민호가 째려보는 듯한 눈으로 송이를 응시했다.
송이도 조금 전 결과에 다소 놀라웠지만,
“펭스, 다시 해 봐! 내가 너의 모습이 우스워서 잠깐 눈의 심지가 풀렸었어!”
다소 궁색한 말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럼, 우리 잘 어울리는 커플이야? 펭스?”
송이의 이런 질문이 둘 다에게 곤경에서 빠져나온 듯한 급작스러운 해방감을 주었다. 그렇지만 사실 이러한 질문은 둘 다에게 당혹감을 주는 것도 마찬 가지였다.
“세 번째 질문까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비용은 질문 하나하나마다 받습니다.”
“그래 그래, 내가 낼 게”
조금 전까지 샵에 들어오는 것조차 망설이던 민호의 태도 답지 않게 민첩하고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둘 다 펭스의 사팔눈을 다시 주시해야 했다.
둘 다에게 이번엔 음악이 더 오래 동안 흘러나오는 듯했다.
“행복한 커플이 될 거예요. 둘 다 아주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있어요! 남자분이 조금 더 하지만.”
달콤한 것이었지만, 심각한 의문점들을 품고 있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출입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둘 다 부끄러움도 함께 가지고 나와야 했다.
길고 긴장되고 일 년 같은 하루가 지나는 즈음에, 민호와 헤어진 직후부터 송이에게 다가왔던 의문이 다시금 떠올랐다.
‘왜 펭스가 “둘 다 서로를 사랑한다면서 민호가 나를 더 좋아하고 있다” 고 말했을까.’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것에 대한 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랑하다 잃느니 차라리 사랑하지 않는 게 나아…. 완벽한 사람은 없어. 그 인기스타 빼고는.’엄습해 오는 두려움과 슬픔을 피해 송이는 이불속으로 온몸을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