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요?”
길을 걷는 도중에 민호가 말했다.
아이스크림 자동 판매 로봇이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네, 좋아요!”
송이의 목소리도 반기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전의 사소한 실랑이를 통해 송이는 민호가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아이스크림의 온도는 얼음 온도 낮다. 하지만, 그 삼박한 서늘함이 부드러움과 달콤함으로 뇌를 마비시킨다. 송이와 민호는 자신들이 걷고 있는 이 공간과 그것을 채우고 있는 이 시간들이 달콤한 환각으로 물들어 있는 것 같았다.
바이오재료 껍질 위로 나온 머리의 절반 이상 민머리가 된 아이스크림에 초콜릿향기를 품은 입술을 갖다 대며 송이가 말했다.
“맛있네요!”
바닐라향이 가득한 입으로 민호가 질문을 했다.
“지구상에서 제일 추운 도시가 어딘지 아세요?”
“당연히 모르겠죠.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하는 것도 같지만 정말 모르니까 궁금하네요. 근데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가장 추운 곳을 묻네요. 그게 더 궁금하네요 저는.”
몇 걸음의 생각이 앞서 나간 송이의 모습에 반전의 재미를 주려했던 민호는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계속해야만 하지 않는가?
‘분명 평범한 답이 아닐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군요.’
이 말은 속으로 내뱉으며 민호가 말했다.
“시베리아에 있는 야쿠츠크라는 곳이에요. 최저가 영하 63도까지 떨어져요.”
“와~영하 63도! 어떻게 사람이 살죠?”
“그래도 인구 30만 명이나 돼요.”
“그런데 거기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좋아하는 간식이 뭔지 아세요?”
“그곳 토속 간식 중의 하나겠죠? 야쿠츠크 떡볶이? 뭐 그런 거?”
“아이스크림이에요!”
민호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반전 있는 뭔가는 놀라움과 경이와 약간의 감동도 포함한다. 민호는 송이가 일부러 답을 틀리게 말했으리라 생각했다.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에 다소 놀라움을 표하며, 나름 이해도 된다는 듯 송이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아이들이란, 아니 우리도 이렇게 즐기고 있는 것을 보면… 하하.”
“숨기지 말아요. 일부러 답을 알고 있으면서, 틀린 답을 한 거”
민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상황이 그런지라 갑자기 그런 질문은 어느 정도 답이 있는 것이니까.”
송이의 말에는 더욱 초콜릿향이 가득했다.
둘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신난 아이들이 기분에 들떠 떠들어대는 그런 류의 얘기를 하며 한동안 더 걸었다.
“여자는 착한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른 여자들한테도 친절할 테니까.”
“여자는 자기만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좋아… 한데요. 그러더라고요.”
마치 자신은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듯 송이가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방과 후 군것질 것으로 먹는 야쿠츠크의 아이들 얘기같이 엉뚱한 말이었다. 그렇게 말해 놓고는 자신이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남자는 어떤 여자를 좋아하나요?”
마무리를 지을 필요는 있었다.
“남자는 싫어하는 여자 빼고 다 좋아해요.” 민호가 답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럼, 싫지도 좋지도 않은 여자는 요?”
“그런 여자는 싫어하는 거예요.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좋아해요”
“?…”
다소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맞는 말이지 않은가라고 송이는 생각했다.
잠시 대화를 부드러운 자장가로 재우는 듯한 고요의 시간이 둘 사이의 대화에 더 해 졌다.
“그럼 저는 요? 민호씨한테 저는 좋아하는 여자인가요?”
“그러더라 하더라고요.”
민호는 송이가 한 말을 되뇌었다.
언제쯤 이런 장난이 끝날까. 아이스크림을 단 번에라도 녹일 만큼 강한 열기를 지녔지만 부드럽고 달콤하며 속에서부터 녹아 나오는 사랑.민호는 어떤 조급함에서인지 남은 아이스크림을 한 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