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하우스

by nEvergreen

가상의 것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나마 충분히 가상화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먹는 것에 있었다.

시각, 청각, 촉각등은 많은 부분이 가상의 것들로 충분히 대체되고 있었다. 그런데 식각과 식감은 아직 그러한 공격으로부터 많은 부분이 자유로웠다. 물론 이것도 분명 시간적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매우 부드러워요. 고기가 무슨 버터 같죠?”

와규 스테이크를 먹는 민호는 감탄을 잃지 못한다. 물론 앞에 있는 사람의 강한 동의를 동시에 원하며…

“이것은 인조육보다 훨씬 비싸요. 실제 고기가 아닌 인조육은 실제 고기 맛과 비슷하지만 훨씬 싸죠. 왜 그런지 아세요? 바로 희귀성과 여전히 먹는 것에 있어서는 진짜 자연산을 이길 수 없데요.”

민호는 음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식에 대한 자부심을 삼키고 있었다. 어느 고급 식당에서 그들은 저녁 데이트가 아닌 정의하기 쉽지 않은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 맛을 보라는 민호의 말에 송이는 정중한 예의를 갖추고 사양했지만, 단호함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앞에 놓인 파스타 접시를 비우고 있었다.


“저는 고기를 못 먹어요. 아니 안 먹고 싶어요. 그것이 인조육이라도요.”

송이의 연이은 말에는 어떤 개입의 여지도 안 남기고 있었으며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소 민망해진 민호가 말했다.

“여기 식당의 여자들을 둘러봐요.”

송이가 그의 말에 별로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듯 식당 안의 여자들을 훑어보았다. 그저 민호의 요청에 최소한 성의를 보이려는 듯이.

“모두 날씬하죠?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접시들을 자세히 봐요.”


송이는 굳이 그 말 대로 하지 않아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식당 안의 여자들의 접시 안에는 그 음식의 주인들이 아주 가냘프고 여린 여인들이라고는 믿기지 못할 양의 음식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같이 동석한 사람이 특별히 잘 보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면, 아주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얘기는 들어 봤어요. 다이어트용 인조육. 실제 것과 맛이 비슷하고 열량도 조절되고 건강식으로 가공된 육식류들. 조미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뇌와 혀에 전기적 자극을 통해 맛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이러한 기술들이 병을 치유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요. 특별히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이런 기술들은 참으로 놀라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요.”


민호의 궁금증은 곧바로 송이에게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고기를 안 먹었나요?”

“…”

잠시 말을 주저하던 송이가 말했다.

“아뇨, 언제부터인가 먹기가 싫어졌어요. 그 이전에는 아주 좋아했고요”

민호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 같았다. 분명 계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아~ 이거 계속 먹다 보니 물리네”

민호는 송이 앞에서 고기를 더 먹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샐러드에 연신 포크를 갖다 대었다.

“저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마세요. 다 티나요”

“아, 아니에요. 저도 사실 고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송이씨한테 사 주려고 여기 온 것이었어요.”

민호의 말은 그저 허접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송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민호에게 먼저 용서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죄송해요. 저를 생각해 주셨는데. 제가 대접을 잘 못 받아줘서.”

“우리 그럼 영화를 보러 갈까요? 제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송이씨가 볼 영화를 골라 주세요”

둘은 식당을 나와 영화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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