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늘은 높고도 깊다.
그 아래에서 짓눌리는 이상한 낯설음은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았더면, 생소함과 탁월함에 도망쳤을지 모를
진리를 맞주치는 순간 같은 것은 아닐까.
이러한 때 화사한 햇살에 비를 적셔 마음에 흐르게 함이
무거운 현실로부터 자비를 이끌어 낼까.
주위의 모든 것이 극히 익숙하고 친숙하지만,
이러한 시간은 어느 낯선 행성의 오후인 것 같다.
하얀 구름 속에서 나왔을 천사의 바람은 나를
굳은 발자국을 삼켰다 흔적만을 내 뱉고 가는
장난스런 해변으로 몰았다.
지극한 단순함과 고독의 파도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그리움을 모래 위에 실어다 놓는다.
누군가를 사모하는 사랑이 이 순간을 허락했다면
나는, 다시 비가 내리지 않기를 기도할 것이다.
이 하늘은 높고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