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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ergreen Aug 28. 2023

어느 행성에서의 오후

이 하늘은 높고도 깊다. 

그 아래에서 짓눌리는 이상한 낯설음은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았더면, 생소함과 탁월함에 도망쳤을지 모를 

진리를 맞주치는 순간 같은 것은 아닐까.


이러한 때 화사한 햇살에 비를 적셔 마음에 흐르게 함이 

무거운 현실로부터 자비를 이끌어 낼까.


주위의 모든 것이 극히 익숙하고 친숙하지만, 

이러한 시간은 어느 낯선 행성의 오후인 것 같다. 


하얀 구름 속에서 나왔을 천사의 바람은 나를 

굳은 발자국을 삼켰다 흔적만을 내 뱉고 가는 

장난스런 해변으로 몰았다.


지극한 단순함과 고독의 파도가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그리움을 모래 위에 실어다 놓는다.  


누군가를 사모하는 사랑이 이 순간을 허락했다면 

나는, 다시 비가 내리지 않기를 기도할 것이다.


 이 하늘은 높고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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