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그의 뒷모습이 작아져 가고 있다.
여느 때같이 어그적 어그적.
곧아지지 않은 가늘고 긴 다리가 석양에 감싸져 더욱 가냘퍼진다.
어깨너머로 햇살을 무등 태우며,
신선한 바람결을 살짝 굽은 등위로 굴러 내려 뜨린다.
부드럽게 늘어진 가녀린 팔 아래 작은 도시락 가방 하나가 들고,
여느 때같이 어그적 어그적.
그의 신체가 그려내는 유려한 곡선은
따뜻한 무언가를, 맞닥뜨리는 햇살을 이기며 발하고 있다.
늦은 오후, 그는 아름다운 노을을 끌어담으며 지는 햇살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그의 뒷모습을 더 이상 보질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