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정원 옮기기
지난 주말 외할머니의 작은 동산에 다녀온 지우는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보고도 박수를 쳤다. 농막 창 밖으로 보이는 비 오는 초록빛 동산. 먹이가 풍성해진 땅으로 내려와 총총 걸어 다니는 새를 보며 ‘엄마 짹짹이 기어 다녀’ 하며 감탄하고, 멀리 보이는 무당개구리를 만져보겠다고 울며불며 떼를 썼다.
주택을 갖게 되는 것 = 마당을 갖게 되는 것. 지우가 생기면서 마당에 대한 로망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지우가 걸음마를 갓 뗐을 때만 해도 정말 마당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2년 후, 나는 마당에 심을 꽃씨를 고르고 있다. 양양의 햇살 좋은 곳에 아주 까다롭고 커다란 화분이 생겼다.
초보 타이틀은 떼어놓은 식집사로서, 마당을 가꾸는 일이 그리 이상적 일리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베란다의 내 작은 화분에도 어디서 왔는지 알 길이 없는 잡초가 고개를 내미는데, 하물며 양양의 햇살집은 어떻겠는가. 풀과의 전쟁이 시작될 참이었다.
마당의 조경을 디자인하고, 색을 입히는 것 또한 나의 오랜 염원이었기에 전문 업체에 맡기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럴만한 돈도 없다. 대신 책 한 권을 사서 열심히 밑줄을 그었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가드닝. 파종 시기와 개화시기를 감안했을 때, 꽃밭의 옵션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매일 남의 집 정원을 구경하고, 어떻게 하면 손이 덜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주문한 수레국화와 꽃양귀비의 씨앗. 봄에 파종하면 당해 가을에 꽃을 볼 수 있고, 야생화라 알아서?! 쭉쭉 잘 큰다는 든든한 후기도 있다. 파란 꽃잎 물결 사이에 드문 드문 고개를 들 빨간 양귀비. 언젠가 심신이 많이 지쳐있을 때에 위안이 되었던 모네가 그린 풍경, 그 그림을 심고 싶었다.
여기 마당 한켠의 무성히 풀이 자란 곳을 다듬어 가득 파종할 생각이다. 꽃양귀비 기준 꽃씨 2g이면 1m²가 커버된다고 한다. 계산한 대로 주문하긴 했는데 모자랄까 걱정이다.
다음 차례는 농기구 쇼핑이다. 회사 근처 카페에서 다 쓴 커피가루도 얻어와야지. 긴 연휴를 끝내고 나서는 출근길이 봄바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