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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꽃봄 May 16. 2023

시골 텃밭 준비 - 초당옥수수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다. 모종을 준비해야지!

   

   창 밖의 푸른 산 위에 희끄무리한 나무들이 눈에 띈다. 늦은 퇴근시간 터벅터벅 걸음걸이에 완연한 봄이 건네는 위로,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다. 이 향기를 맡았다 하면 곧 성큼 다가올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고구마 순에 이어 양양의 텃밭을 장식할 아이는 바로 초당옥수수이다. 진은 찰옥수수파, 나는 초당옥수수파. 나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들인 씨앗이긴 한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째, 초당옥수수는 비싸지만 여름이 되면 꼭 사 먹게 되고 둘째, 찰옥수수는 왕할머니집에서 잘 자라 궁금할 때쯤 우리 집에 오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게만 반가운 초당옥수수 씨앗이 간택되었다.


   씨앗발아부터 수확까지가 나의 목표이다. 언제나 그랬듯, 이 먼 여정은 베란다로부터 시작된다. 주문한 씨앗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종일 들떴다. 점심시간에는 ‘초당옥수수 발아’를 검색하고 머릿속으로 여러 번의 흙을 덮었다.


   그날 밤 지우는 유난히 늦게 잠들었다. 침대밖을 나갔다가, 내 품에 안겼다가, 한참을 뒤척이더니 몇몇 친구의 이름을 읊고는 이내 그르렁 잠든 소리를 냈다. 드디어 나의 시간이다.


   제일 먼저는 재활용 박스를 뒤져서 계란판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았으나 돌이키기엔 늦은 때에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란다 빈 화분이 꽂혀있는 지우의 숟가락으로 소꿉장난하듯 계란판에 흙을 채웠다. 흙을 적실 물도 이유식 주듯 숟가락으로 급여했다.



    5천 원 주고 산 고가의 옥수수 씨앗은 100 립 포장이었다. 한참 작은 이랑을 생각해도, 여름에 이 옥수수를 먹을 사람을 생각해도 딱 다섯 주 정도 심으면 될 것 같은데... 발아에 실패할 확률, 수확에 실패할 확률을 고심하다 20알을 물에 담갔다.


    밭두렁을 생각하고 개봉했는데, 핑크색 씨앗이 등장했다. 보존을 위한 약품 처리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이 말라비틀어진 핑크 밭두렁에서 새싹이 움틀 수 있을까.


나에게만 보이는 마법의 새싹


   4일 후 ‘더워봐야 봄이지’ 했던 주말이 지나가고 젖은 계란판에서 새싹이 튀어나왔다..!! 찢어져가는 계란판에서도 싹을 틔워내는 기적의 5월. 싹이 났으니 오늘과 내일의 모습이 매일 다를 것이다. 퇴근 후에 살펴야 하는 생명이 조금 늘었다.


   다음 주면 고대하던 햇살집으로의 입주다. 나와 진, 귀여운 지우, 다니엘라 부부. 그리고 고구마 순도, 옥수수 새싹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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