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나만 따라오네
지치는 날이 있어요.
뭘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날. 그냥 오늘 내가 아무래도 바스러지겠다, 싶은 날.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날.
이런 날은 노을이 저물어가는 그 예쁜 하늘이 섭섭해 보입니다. 하늘을 촘촘히 수놓은 별을 보고 있자면, 이내 흐려지는 시야에 세상 모든 고운 것들이 버거워지는 날.
이럴 때 일 수록 단순해지는 게 사람입니다. 옆에서 그 모난 마음 알아주는 이 하나 있으면, 또 해요. 얼마간은 해냅니다. 자기 연민에 에워싸여 한껏 왜곡된 뿌연 안경을 내려놓게 하지요. 밝은 달이 나를 따라오기 시작합니다.
그게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염려의 힘입니다. 그러니 아껴선 안되죠. 아무 생각 없이 비춰내는, 주위에 두둥실 떠다니는 걱정 섞인 진심 몇 마디, 그걸로 짧았던 슬픔을 털어내고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지요.
그대의 오늘이 평안한 지 염려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일렁이는 하루라면, 조금만 철렁이고 마세요. 고작 지나가고 있는 중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