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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꽃봄 Jun 24. 2024

너의 말은 사랑의 시요, 늘 노래하지.

가장 작은 생명체의 가장 강한 힘을 가진 ’말‘


- 예쁜 달이 나를 닮았네


  위태롭게 걸려있는 초승달을 보고 지우가 말했다. 나는 서서보는 초승달에 ‘이번달도 바쁘겠네,’ 했고 지우는 예쁜 달이 본인을 닮았다며 좋아했다.


- 엄마 오늘 치킨 먹고 집에 오는 길에 하늘 위에 달을 봤는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


  퇴근길, 남편과 지우가 집 앞 치킨집에서 식사 중이라고 하는데 긴 하루가 고됐고 땀범벅이었던 나는 그 길로 집으로 향했다. 얼마 후 집에 돌아온 지우가 엄마를 그립게 했다는 달 이야기를 했다.


- 달님은 지우가 좋은가 봐. 나만 따라다녀.


  명절 정체된 고속도로를 겨우 뚫고 간밤이 되어서야 보이는 고향길 한복판에서 지우가 그랬다. 달이 따라온다고.


- 엄마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어.


   맑고 맑은 지우는 이따금씩 집에 오는 길에 꽃을 꺾어온다. 그리고 빼먹지 않고 말한다고 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꽃을 꺾지 말라는 따끔한 소리를 미소를 머금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진짜 많이 사랑해!


   할머니 할아버지 차를 얻어 타고 아웃렛에 내린 지우는 멀어지는 차를 향해 커지는 사랑을 고백했다. 내릴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 잘 지내, 사랑해‘

내리고 나서는 ‘많이 사랑해!!’  

그리고 이미 멀어진 자동차 엉덩이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진짜 많이 사랑해!!!‘


- 나는 화를 내는 엄마도 사랑하는데!


   절절한 사유가 왜 없었겠냐만은, 훈육 때문이었는지 지친 마음 때문이었는지 줄곧 날카로웠던 나를 녹인 한마디. 화를 내는 나도 사랑한다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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