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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딴지를 놓는 E에게!

길모퉁이 브런치카페

by Bling Bling 삐삐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는 준 것 없이 나를 도와주고 지지해 주는 E가 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적극적으로 찰떡의 공감을 주변에 나누어 주며 나의 아군을 자처해 주는 고마운 E다. 그런 그 E들은 인생의 보너스로 조커처럼 불현듯 "짜잔~"하고 나타난다.

평소 같으면 그냥 고맙겠지만, 의기 소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나타나는 그런 E는 하늘이 나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다. 사주 볼 때면 들어 봤던 귀인을 만나는 운인 것이다. 우주의 문이 드디어 열리는 때이다.


하지만, 그런 기분 좋은 날만 가득한 건 지구인의 삶이 아니다. '살다 보면 사사건건 나에기 딴지를 놓는 E'를 만날 때'가 반드시 다. 대략 난감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그런 E는 처음 대할 때부터 나에게 삐딱선을 타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만이 안다. 어떤 때는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 보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잘 지내보려 밥 사고, 커피 사고 알랑방귀의 말을 친근하게 걸어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E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차 갑 다. 그 E들은 그냥 나의 모든 것이 싫은 것이다! 처음부터!!

흥!

칫!

뽕!!


눈길을 피하면서 이성이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그 E들과 잘 지내보려 애써보지만, 그 애썼던 마음과 시간들이 모래성처럼 사그라드는 순간이 오면....

'나의 억눌렀던 이성의 탈'은 먼지처럼 '후~~~'

사라져 버리고 쓸개 밑바닥에 잠자고 있던 사나운 분노가 분출한다. 그 순간 드러나는 분노는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성질 더러운 사람'이라는 붉은색 딱지를 나의 이마에 붙여버린다.


그리고, 위로와 격려가 하나도 없었던 주변의 회색 동료들에게 배신감이 솔린다, 가만히 있던 그들에게 말이다. 그렇게 아까운 인연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버렸던 씁쓸한 날들을 수없이 흘려보냈다. 분한 마음에 눈물반 콧물반을 섞어 한약보다 쓴 술잔을 들이키면서 말이다.

아까운 시간!

아까운 사람....


그렇게, 직장의 정글을 떠났다. 고요한 육아의 숲 속에서 "엄마"라는 나이테를 두르고 흑역사는 잊어버린 체 살았다. 하지만 얄궂은 시절인연을 뒤집어쓴 나이테는 테스트라도 치루 듯이 떡하니 "사사건건 딴지를 놓는 E를" 눈앞에 내세웠다.


취미로 모인 커뮤니티에서 그런 E를 만났다. 첫 모임부터 불만 섞인 태도로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딴지를 거는 횟수가 늘어났다.

심호흡을 하고 생각했다. 한판 뜰 것인가? 정신건강을 위해 무심할 것인가?


나이테를 두르고, 무심하게 마음에서 내치기로 했다. 지랄 맞은 가시를 자르고 거리를 두자! 화를 내는 건 나이테를 거스르는 것이다.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도록! 성숙의 묘미를 살려보기로 했다. 인생에서 그런 이들은 늘 나타날 것이고, 난 늘 속을 끓여야 한다. 마름의 평정이 제일 중요하다!

그들과 싸워서 이기면 뭐 하겠는가? 진들 어떠한가? 사람 사이의 그런 게임을 하기엔 힘들게 새긴 나이테가 아깝다. 조커만을 찾아 고스톱 쳐서 딴 나이테가 아니란 말이다! 슬쩍 제쳐놓고 가는 거다.


'너 또한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삶이거늘.. 너는 너대로 너의 행복을 위해 그렇게 살아가렴!'

나 또한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지 않는가!


'그런데 잠시만 E 말이야! 사사건건 나에게 딴지를 놓는 E!! 옆으로 좀 비껴줄래? 그렇게 뾰족하게 살아봐야 인생 피곤해진다. 그리고 외로워지는 건 바로 E라는 걸 잊지 마!!'

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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