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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서 11시간전

마음이 동하는 일은 한계가 없다

갱년기 터닝포인트


마음이란 참 신기하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가까워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 품과 에너지를 들여서 가고 싶지 않다. 그리 멀리까지 갈 일이 있느냐며 온갖 핑계를 다 댄다. 마음이 동하면 멀어도 움직이게 된다. 발동을 미리 걸어두고 먼 길이라며 더 서두른다. 빨리 닿고 싶어서 온몸이 근질거린다. 이번에는 마음의 에너지를 모아 대전으로 향했다. 올 가을부터 나는 역마가 들었나 보다. 대구도 가고 강릉도 가고 대전도 가고 천안도 간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떤 곳을 달려갈지 나도 모르겠다.




대전의 명물인 성심당. 기다리는 줄이 귀찮아서 굳이 튀김 소보로를 먹어야 하느냐며 무심했던 메뉴였다. 마음결이 달라져서 내가 먹을 튀김소보로도 아닌데 줄 서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 대전 섬싱당이 어딘지 몰라 대전역 4번 입구에서 헤매다가 사람들이 유난히 길게 선 줄을 발견하고 혹시나? 하며 가봤더니 섬싱당 줄이 맞았다. 콘서트 입장 줄처럼 한참을 서서 기다렸더니 튀김 소보르는 반대편에 있단다. 내가 선 줄은 일반 빵을 구매하는 줄이었다. 베이커리 줄이 이렇게 긴 것도 머리털 나고 처음이지만, 두 곳으로 나누어 입장시키는 방식도 처음이다.



성심당을 통과해서 반대편으로 가니 #튀김소보로 시리즈를 포장해서 파는 줄이 또 길다. 그래도 포장된 빵을 손 빠르게 판매해서 금방 줄이 줄어들어 지루하지 않았다. 팥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팥과 고구마 두 종류로 골라보았다. 6개 들이 한 세트가 만원이라니, 이래서 성심당이 유명한가 보다. 성심당 튀김 소보로를 손에 쥐기까지 약 40분 정도는 소요가 되었다. 헤맨 시간을 빼면 20-30여분 되려나 보다. 이 정도 품이라면 도전할만하다.






성심당 빵을 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약속을 기다렸다. 시간이 애매해서 라테 한 잔 하며 독서에 도전했지만, 들뜬 마음에 책이 읽힐 리 없다. 이미 예상한 마음이라서 괜찮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책이 눈에 들어온다면 그게 이상한 일. 아이처럼 설렌 마음을 인정해 주기로 한다. 그래도 살짝 맛본 '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이란 책이 마음에 든다. 80살 이상의 노인 분들 여섯 분을 인터뷰한 책으로 노년들의 인생 이야기가 가득하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눈에 띄어 사진도 찍어두었다. 나이 든다는 것이 점점 불안하고 겁이 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음 준비가 꽤나 될 것 같다. 아이에게도 추천했다. 이 책이 아이에게 쓸모가 있도록 녀석의 인생이 차질 없이 매끄러웠으면 좋겠다.





성심당 빵을 주고 내가 받은 것은 통영의 꿀빵과 유자빵이다. 찹쌀떡 같은 꿀방은 팥을 좋아하는 나에게 맞춤처럼 마음에 들었고, 보드라우면서도 유자향이 가득한 예쁜 빵도 딱 내 스타일이다.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눈도 즐거운 간식이 마음에 쏙 든다. 결론적으로는 아들들이 거의 다 먹었다. 팥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들에게도 통영의 꿀빵이 통했는지 왜 이리 맛있느냐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친정 엄마 가져다 드릴까 했는데, 기회조차 없었다. 사랑이란 치사랑이 아니라 내리사랑이 맞는가 보다. 엄마를 드리는 기쁨도 좋지만, 기대하지 않은 아들들의 품평에 어깨가 으쓱. 내가 먹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으니 엄마란 어쩔 수 없다.




천안에 머문 시간이 짧아서 저녁 먹고 쉬다가 올라와야 했기에 천안을 둘러보지는 못했다. 머물렀던 호텔이 아기자기 재미있었다. 동네가 모텔촌이라서 괜히 긴장이 되었는데, 그 사이에서도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는숙소에  들어가니 다양한 핸드워시에 크림이 전시처럼 되어 있어서 쓰기 좋았고, 1층에  간단한 아침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코너도 있어서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여기 세탁기에 건조기, 스타일러까지 장착되어 출장온 사람에게 요긴할 듯했다. 요즘은 룸마다 스타일러가 있긴 하지만.





스트를 먹을 수 있도록 빵과 토스터기, 딸기잼이 있고 라면과 햇반을 먹을 수 있도록 자판기도 있다. 커피는 기본. 우유에 시리얼도 있어서 바쁜 아침에 간단하게 때우기 좋다. 우리도 이용. 한강 라면을 떠올리는 은박 그릇 라면을 먹으니 오랜만에 맛본 칼칼한 국물 맛이 유난히 일품이다. 라면을 즐겨 먹지 않는 사람이라 오랜만에 먹어보는 라면이 더 맛있었나 보다.  토스터기에 구운 빵을 라면 국물에 찍어먹었더니 색달랐다. 어릴 적에 해본 경험을 이 나이에 다시 해보는 기분이 괜찮았다.






치킨과 화해를 하기 위해 저녁은 맥주에 숯불구이를 먹었는데, 호텔 바로 옆에 유명한 숯불구이집이 있어서 비 오는데 멀리 가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기름기 빠진 순살이 마음에 들었고 특히 양파를 비롯한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장점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은 어딜 가도 누리기 좋은 맛집과 카페, 이용하기 좋은 숙소가 있어서 가벼운 여행길이 편하다. 국내 여행만으로도 해외여행의 느낌이 날 때가 있다. 작은 나라인데도 동쪽과 서쪽이, 북쪽과 남쪽이 달라서 지역 특징을 느끼며 즐겁게 다니기 좋다. 가끔은 빠듯한 일정으로 지역색을 느끼지 못하는  여행도 있지만, 그래도 지역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며 맛보는 것도 괜찮다. 특히 여행은 짧건 길건, 어떤 곳이냐에 상관없이 함께 하는 사람이 좌우한다. 마음이 동하게 만드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라 마음이 더 차오르는가 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좀 더 솔직한 글로 마음껏 표현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상대로부터 들었다. 익명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 번 해볼까? 새로운 시도를 상상해 보았는데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다. 머릿속의 기억과 마음의 기억, 몸의 기억들이 모두 달라서 기억의 농도나 온도의 유지도 다를 텐데 남기는 것은 일부분이다. 모든 것을 흔적으로 담아두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못하다. 한번쯤은 자유롭게 다양한 기억을 남겨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서는 '소설 쓰기' 수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장르가 다른 글의 시도에는 배움이 필요할테니.



글을 쓰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다. 지나치게 쉽고 가볍게 쓴다. 솔직한 글이라서 모든 순간이 나의 마음이긴 하지만, 빠르게 쓰는 글에 '내'가 얼마나 무게 있게 담기는지는 모르겠다. 무게보단 농도라고 해야 할까. 나의 농도나 무게보다는 글의 농도나 무게감이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이다. 초스피드로 담아내는 글은 인스턴트 같다. 내 글이지만 일률적이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완성하는 슬로 푸드, 수제 건강 음식 같은 글을 써야 할 텐데, 쫓기는 일상을 소화하느라 마음만큼 안된다. 정성을 들인 음식처럼 성의가 곱게 담긴 아름다운 글을 써보기도 해야 할 텐데.......  건강한 슬로푸드를 천천히 음미하며 먹듯 글도 그렇게 담아야 할 텐데 말이다.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고 통찰하는 시점일까. 생각 없이 쉽게 써왔던 글이 어렵다. 늘 그래왔듯 일상을 드러내어 마냥 쓰기만 하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양적 누적은 있으나 질적 변화가 없는 글쓰기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타성에 젖은 행동에는 변화가 없다. 자기를 드러내는 온라인 플랫폼 스타일의 글이 마음에 차지는 않으면서 성급하게 끄적이는 글쓰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의 방식도 괜찮은건지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 멈추지 않는다. 질적인 글쓰기, 색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차차 고민해보기로 한다. 갱년기의 터인 포인트를 어떻게 글로 담을지 천천히 탐색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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