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연애를 해도 괜찮은 시절이 왔다. 괜스레 마음이 일렁이며 이성보다는 감성이 동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만개한 꽃이 바람 따라 일렁이는 계절은 무덤담한 사람도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 아마 연애가 하고 싶어서 안 하던 짓도 해보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해자축 겨울에 어울릴법한 인내심을 상징하는 '수'의 에너지를 거쳐 새싹이 움트는 인묘진 목의 기운을 지났다. 이번 목 시즌은 임인, 계묘라서 물의 에너지가 지속되었고 갑진년의 진토 자체도 수의 기운을 품고 있어서 물을 빨아들이는 젖은 나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제 수의 운동성은 마무리되었다. 수의 고지로서 진토는 역할을 다 하게 된다.
화의 시즌이 도래한다. 활짝 꽃을 피우는 늦봄을 거쳐 여름으로 들어간다. 특히 을사 병오 정미의 계절은 화의 에너지가 강렬하다. 제대로 발산하거나 불태울 시기가 온다. 피어나고 활활 타오르는 시즌, 안으로만 숨겨 두었던 에너지가 자기 자리를 찾게 된다. 뜬금없이 벌어지는 일인 것 같고, 나도 모르는 내 모습 같아서 당황스럽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마음에 들어오는 이성이 생기고 예전과 다르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내 속에 내가 이렇게 많았던가'라며 자책하지 말자. 이성이 자꾸 눈에 들어와서 흔들린다면 흔들리는 감성을 제대로 누려보자.
1. 갑목
갑목에게 을사란 겁재가 도와주는 식신이다. 끼가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식상의 기운이니 연애의 에너지가 싹튼다. 지금까지의 인간관계는 지인으로 만족했다면, 좀 더 가까운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지장간 무토와 경금 병화의 에너지가 사화 속에 균형된 3박자를 이루고 있고 경금이 장생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에게 연애 운이 길하다. 평소 눈여겨 보았던 사람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지켜보는 일에서 벗어나 표현해 보는 것도 괜찮다. 솔직하고 순수한 갑목녀. 알고 보면 꼬인 구석이 없고 단순하며 너그러운 갑목녀가 자신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기 좋은 시기이므로 활달하면서 발랄한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 마음에 품었던 미래와 희망의 에너지,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끼를 밖으로 펼쳐 보일 때가 왔다. 다만 상대를 잘 가려야 한다. 마음에 들었던 그 남자, 알고 보니 이미 짝이 있을 수도 있다. 갑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들이 자주, 종종 보여서 이 남자도 괜찮은 것 같고 저 남자도 괜찮은 것 같은데 그중 하필 남의 짝, 임자 있는 상대를 고르면 곤란하니 판단을 잘해야 한다. 사주 구성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사화 속 경금이 을순이(을목)와 합이 되어 내 상대인 줄 알았는데 남의 남자가 되어 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자.
2. 을목
화초처럼 이쁘고 바람처럼 부드러운 을목의 계절이다. 꽃 피우기 가장 좋은 시즌. 인생의 전성기가 짧은 을목에게 괜찮은 전성기가 도래했으니 찰나와 같은 시간을 누리면 된다. 상관 사화가 든든하게 받쳐주니 끼를 부리기 딱 좋다. 애교 많고 나긋나긋하면서도 현실성이 또렷한 을목에게 어울릴만한 남자를 고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괜찮은 남자들 속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갑목 을목에게 식신상관의 기운이 강해지는 시즌이라 조절은 필요하다. 괜히 상관기운이 강해지며 인류애적인 사랑에 빠져들 수 있다. '저 사람 나 없으며 안될 것 같아' 라며 흔들리는 연민연애는 금물. 칭찬해 주는 자상한 남자한테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특유의 현실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상관이 강해지면 언어의 힘도 세진다. 말 한마디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평소 언어 습관이 강한 사람은 있던 남자를 도망가게 할 수도 있다. 강렬한 끼의 조절이 필요하다.
3. 병화
밝고 텐션이 높은 병화. 병화에게도 좋은 시즌이다. 내가 강해지는 시기라서 재물운이 좋으니 재물과 상통하는 여성운도 좋다고 할 수 있다. 병화 남자에게 인연이 다가온다. 매력적인 그녀를 거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병화 여성도 괜찮다. 연애에 대한 갈망이 생기며 밖으로 나서는 시즌이기도 하다. 그동안 참고 견디며 공부만 하거나 일만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살기 싫어진다. 처음에는 친구나 지인처럼 어울렸는데 갑자기 이성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올 수도 있겠다. 직장일이나 학업에만 인내심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다. 관계면에서도 조용히 접었던 마음이 새롭게 에너지가 생기며 싱숭생숭해진다. 떠났던 인연과의 재회가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바람처럼 왔다가 불쏘시개가 된 을목의 힘은 약하다. 깊은 관계까지는 바라지 말자. 새로운 인연보다 어긋난 인연이 더 어려운 법. 고쳐 쓰고 바꿔 쓰는 것보다 새 물건이 낫다.
4. 정화
정화에게도 좋은 시즌이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너 왜 숨어 있었니'라면서 마치 나를 오랜 시간 기다렸던 것 같은 사람과의 인연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만인을 널리 위하는 인류애는 갑목과 병화의 몫이고, 내 사람에게 잘하는 정화의 따스함이 통할 수 있는 시즌이다. 그러나 정화는 밤에 빛나는 매력이 최고. 밝은 여름 시즌, 환한 낮에 정화의 매력은 다소 약하다. 내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어느새 다른 사람의 연인이 될 수도 있다. 정서적 멘털관리가 중요하겠다. 축토나 유금이 지지에 있어서 사화를 만나서 합이 된다면 다른 양상일 수도 있다. 뺏기느니 뺏어오고 말지. 결혼을 생각한 정화가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 어떤 경로를 겪던 인연은 엮어진다.
5. 무토
무토는 사주 구성에 따라 답답한 시즌이 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양기가 뻗치는 무토인데 사주 구성이 조열 하면 꽤나 강렬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도 답이 없고 저렇게도 답이 아닌 듯 하니 어떤 판단을 하면 좋을지 잘 보이지 않는다. 을사, 병오, 정미로 흐르는 운이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그동안은 사람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인연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마음에 들만 하면 다른 친구가 먼저 찜해두었단다. 연애뿐 아니라 금전이나 직업 등 사회적 무대에서도 지난하게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지연시기. 이럴 때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나 스킬을 만들어두면 좋겠다.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 놓으면 어떨까. 연애보다는 다른 영역에 관심을 가져보자.
6.기토
60갑자의 일주도 아닌 일간으로 풀어나가는 연애운이 뭐 얼마나 맞을까, 게다가 사화가 변화무쌍하여 지지에서 어떤 변신술이 가능할지 모르는데, 기토라는 한 글자만 가지고 연애운을 속단하는 것은 무리다. 재미를 위한 가십 수준이니 참고만 하면 된다. 기토 여성에게는 편관이니 이성 간의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래도 관인상생이 된다. 관성인 을목이 인성을 생해주므로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날 수도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우아한, 클래식한 매력이 좋은 기토에게 멋을 부릴 줄 알고 자신을 관리하는 이성의 등장은 끌린다.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감당할 수 있다면 콜?
7. 경금
경금에게는 최고의 시즌이다. 을목이 경금을 향해 날아든다. 연인이 있는데 새로운 이성에게 눈길이 갈 수 있다. 을경합뿐이랴 사화도 만만치 않다. 사신합, 인사형. 조합이 무궁무진하다. 경인일주에게 을사년은 을경합에 인사형도 있고 경신일주에게도 마찬가지로 을경합에 사신합이 이루어지니 한마디로 애인이 바뀔 수 있다. 없다면 오히려 인연이 성사되며 좋은 소식이 들릴 수도 있겠으나, 임자가 있다면 이별수도 맞을지 모른다.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사이의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버라이어티 한 시즌이다. 그동안 연애를 못해본 경금이라면 갑자기 주변의 이목을 끄는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 이렇게 인기를 누리려나, 인생의 새로운 시즌이 열린 느낌이 훅 찾아들 수 있다. 주목받는 만큼 사람으로 인한 사건 사고, 그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생긴다다. 수 식상이 말라버리는 경금은 특히 건강에 유의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인연이 다가왔을 때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다.
8.신금
재성과 관성이 찾아드니 신금도 연애하기에 좋다. 고운 을순이(을목)가 내 시선을 사로잡으니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나겠다. 신금 여성의 경우는 사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찾아오는 남자가 반듯하고 괜찮은데도 괜스레 피곤할지도 모른다. 바람 따라 흘러온 그녀, 신금에게 마음에 쏙 들긴 하는데 사화 속 경금이 있으니 을순이가 ' 내 짝은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 같아' 라며 떠날 수도 있다. 잠깐 머물다 갈 사람과의 인연이다. 을순이는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재물도 마찬가지다. 내 돈인 줄 알았는데, 내 자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경쟁자의 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다. 을사년은 배신의 기운을 품고 있다. 뱀의 이중성이란, 달콤한 유혹만큼 대가가 있기 마련. 큰 기대는 금물이다. 그래도 연애 운은 온다. 올 때 누려보자.
9. 임수
간단하게 결론만 말하자면 연애하기 좋다. 상관에 해당하는 을목이 오니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기 좋다. 상관이 사화를 생해주니 상관생재가 된다. 끼의 발현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기도 한다. 임인 계묘 갑진의 목 시즌동안 답답했던 수 일간들에게 세상밖으로 나올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 게다가 수 일간에게 묘목과 사화는 천을귀인인데 묘목이 을목으로 들어오고 사화 또한 천을귀인이니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 물론 천을귀인이 쌍으로 들어오면 감당할 사주에게는 좋지만, 그렇지 못한 사주에게는 버겁기도 하다. 사화 속 무토와 경금 병화가 편관 편인 편재라서 좀 까다롭긴 하지만, 상관 재성 편관 편인이 모두 이어지니 사람을 만나고 결실을 맺는 일, 혹은 내가 내 손 놀려 시작한 일이 궤도에 오르게 된다. 사주구성에 따라 상관 기운이 너무 강하면 조절이 필요하다. 괜히 입으로 까먹어서 구설에 오르면 나면 피곤하다. 수의 기운이 약한, 신약한 임수는 을사 병오 정미를 거치며 바쁘고 힘들어서 기력이 소진될 수 있으니 건강에 유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건강만 받쳐준다면 연애뿐 아니라 그동안 지난했던 일들이 풀리며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해서 뿌듯한 시즌이 된다.
10. 계수
계수의 경우 사화 속 무토와 경금 병화모두 정관 정인이니 사랑받는 해가 되겠다. 계수에게도 사화가 천을귀인이니 나에게 도움이 되는 여성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 여성 안에 정관 정인이 다 들어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안정적인 연애를 해왔다면 결혼을 해도 좋은 시기이고, 짝이 없다면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사랑을 싹틔우기 좋다. 신약한 계수는 휘둘릴 가능성이 있어서 자기 관리에 힘쓰는 것이 좋겠고, 힘이 있는 신강한 계수는 마음껏 매력을 발산해서 원하는 형태를 취할 수 있다. 편안한 상대와 안정적으로 연애를 하기 좋은 시즌이다. 궤도에 오른 무토와 사화가 힘이 있으니 이쁘게 사랑하시길.
브런치 발행일인데 글이 준비가 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잡다하게 아는 지식을 조금 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