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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by 루서 Feb 27. 2025


아무리 친해도 상대의 상황에 따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 경우가 있다. 속 깊은 이야기가 어느 구역까지 가능한지는 교류의 시간과는 다른 문제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가족의 문제까지 다 아는 ' 내 사람'이라 해도 나누기 어려운 영역이 존재한다.


30년을 친하게 지낸 사람에게도 풀기 어려운 사연이 있는데, 알게 된 시간은 훨씬 짧지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만나, 어떻게 교류를 해왔는가에 따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사람과는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를 저 사람과는 나눌 수 있는데,  저 사람과는 가능한 이야기가 이 사람과는 어렵기도 하다.


말할 수 없는 비밀.



누군가에게도 말 못 하는 이야기,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상상해보지도 않았던 비밀을  일상의 생활처럼 나눌 수 있어서, 경계가 없어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 아닐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속 이야기를 꽁꽁 싸매고 감추지 않아도 괜찮은, 어쩌면 부끄러울 수 있는 일들을 마음 편하게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혼을 하고 나서, 친하지 않다면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많이 생겨 버렸는데,  같은 처지가 아니라서 공감이 어려울 텐데 잘 들어준다. 속도 없이 풀어내는 이야기에는 그들의 인생과는 상관없는 부분들이 대부분인데도 아낌없이 공감해 준다.



그래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가족의 속사정까지 다 안다 해도 말할 수 없는 비밀. 비밀이라기보다는 경험치가 달라서 이해가 어려운 영역, 혹은 통하지 않을 코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게 된다. ' 내 사람'과도 나눌 수 없는 이야기는 속에 두고 말게 되는데, 쉽게 꺼내지 못해서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축복이 맞다.




누구와도 나누기 어려운 경험을 나누었다. 아프거나 슬픈 이야기, 상처에 대한 수다가 아니다. 서로 정보를 나누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 각도에 따라 발전적이며 성장지향적인 대화이기도 하다. 상대를 가려야 하는 내용인데 가리지 않아도 되는 투명함,  비밀을 품은 진솔한 대화가 자연스럽다.



대화의 질은 소중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함부로 표현하면 부담스럽다. 특히 주관에 기인한 비뚤어진 감정을 사실로 포장하는 대화는 거짓말에 가까워서 불편하다. 거짓 없는 편한 대화일수록 객관화를 한 후에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자기중심적인 판단은 아닌지, 타인에 대한 고려는 했는지, 질문의 필터를 거친 후  정리된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믿는다.



가끔은 필터 없이 하고 싶은 말도 있다. 필터 없이 나누어야 진솔한 대화가 있다. 다만 아무에게나 말할 수 없을 뿐이다.  말할 수는 없는 비밀의 영역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의 즐거움이 아닐까?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유만은 아니다.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우연하게 나눈 대화들이 그랬을 뿐이다. 보고 싶은 마음, 만나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도 갔다. 먼 길을 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사람,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돌아오는 길, 편한 운전이 오늘의 행복을 증명하는 증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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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기분 좋은 나들이길. 3월에 힘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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